성폭력 해군 상사, 2차가해…"술 안 따르면 3년 동안 재수없어"

입력 2021-08-13 17:56
수정 2021-08-13 21:29

부대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여중사가 사건 발생 뒤 가해자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한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놨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성폭력 피해자인 A 중사(32·여)가 부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A 중사는 사망한 채 발견되기 9일 전인 지난 3일 부모에게 "(가해자가) 일해야 하는데 자꾸 배제하고 그래서 우선 오늘 그냥 부대에 신고하려고 전화했다.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 될 것 같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A 중사를 향한 가해자의 2차 가해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하 의원에 따르면 가해자는 사과하겠다며 피해 여중사를 불러 술을 따르게 하고, 이를 A 중사가 거부하자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라며 악담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 의원은 이날 공식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가족은) 자랑스러운 해군으로서 11년간 국가에 충성한 대가가 고작 성추행과 은폐였냐며 분통을 터뜨렸다"며 "이 사건을 크게 공론화해 다시는 딸과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고도 했다"라고 썼다.

이어 "지난 5월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세 달째 되는 날"이라며 "바뀔 기회를 줬는데도 똑같은 사고를 낸 무능한 국방부 장관은 즉각 경질돼야 한다. (대통령도)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 소재 제2함대사령부 소속 A 중사는 지난 5월 27일께 한 식당에서 함께 근무하던 B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C 상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다만 정식 신고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 7일 부대장과의 면담에서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이틀 뒤 피해자 요청에 따라 사건이 정식 보고됐다. 같은 날 A 중사는 본인 요청에 의해 육상 부대로 파견조치 됐다. 그러나 끝내 전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지난 5월 27일께 A 중사가 한 차례 부대 관계자에게 피해 사실을 호소했음에도 군 당국이 별도의 분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해당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분노하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고개 숙여 사과하며 국방부 조사본부와 해군 중앙수사대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특별 수사팀을 편성해 수사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