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아이콘 출신 가수 비아이의 마약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를 받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첫 재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협박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듣고 입증 계획을 정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양 전 대표 등 피고인들은 모두 불출석했다.
이날 검찰은 "양 전 대표는 경영지원실장 김모씨로부터 A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비아이와 함께 대마를 흡연하고 대마를 비아이에게 매매한 사실을 진술했다는 것을 보고 받았다"며 "이후 김씨를 통해 A씨를 사무실로 불렀고, 연예인 지망생인 A씨에게 진술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했다"고 공소사실 요지를 밝혔다.
또 검찰은 양 전 대표가 A씨에게 "착한 애가 돼야지 나쁜 애가 되면 되겠느냐", "나는 조서를 다 볼 수 있으니 진술을 번복해라",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등의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 전 대표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한다"면서 "당시 A씨와 만나 이야기한 것은 맞지만 공소사실처럼 거짓진술을 하도록 협박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증거 기록을 입수해 증거 인부를 검토 중"이라면서 "증거목록에도 A씨의 진술 증거가 대부분이고, 기소되지 않은 별건의 공소사실이 함께 있다"며 증거 목록의 분리를 요청했다.
양 전 대표의 사건 증거기록은 약 8800쪽으로 책 20권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단순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정황으로 판단해야 하는 게 많아 입증에 난이도가 상당히 있는 사건"이라고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다만 시간이 너무 흘러가는 것은 원하지 않으니 올해 안에 끝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양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경영지원실장 김씨도 혐의를 부인했다.
양 전 대표는 2016년 비아이가 마약을 구매해 흡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 A씨를 회유·협박해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비아이의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던 중 비아이의 마약투약 의혹에 대해 진술했다가 번복한 바 있다. 이후 A씨는 2019년 6월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YG로부터 외압을 받아 입장을 바꾼 것이었다고 신고했다.
양 전 대표는 A씨를 회유·협박해 비아이에 대한 수사를 막은 혐의 외에 A씨의 소속사에 청탁해 A씨가 해외로 나가도록 한 혐의(범인도피교사)도 받았으나, A씨에게 출국을 지시한 소속사 대표가 현재 해외 도피 중이어서 이에 대해서는 참고인 중지 처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발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양 전 대표의 다음 공판은 오는 9월 17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한편, 양 전대표는 '버닝썬 사태'를 시작으로 비아이 마약수사 무마 의혹까지 각종 논란이 불거지며 2019년 6월 YG 대표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여전히 YG의 지분 17.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