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증시행 급행열차를 타라"…SSG닷컴, 상장 작업 착수

입력 2021-08-13 12:48
수정 2021-08-13 12:49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이 기업공개(IPO)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배송 속도전쟁에 나섰던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들이 증시로 자리를 옮겨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SSG닷컴, 상장 주관사 선정 착수 SSG닷컴은 13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해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고 밝혔다.

SSG닷컴은 "성장 가속화를 위해 임직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상장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 시작으로 주관사 선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고 상장 추진 상황을 전했다.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물류 인프라와 정보기술(IT)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e커머스 시장에서 실탄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SSG닷컴은 구체적인 상장 예상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유통업계에선 내년 중 상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당초 2023년 상장이 예상됐으나 올해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경쟁사 쿠팡의 후광 효과로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다. 2018년 SSG닷컴의 모회사 이마트가 사모펀드 등에서 1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할 당시 계약에 따르면 2023사업연도에 SSG닷컴이 총매출 요건이나 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투자사는 이마트에 소유주식 전부를 매수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SSG닷컴의 상장은 올해 잇따라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선 신세계그룹의 투자자금 확보 일환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이 최근 52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고, 이마트 본사 건물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SSG닷컴의 상장 역시 자금 마련 성격이 짙다는 진단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M&A전에 약 4조3000억원을 투입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올해 초 SK그룹으로부터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옛 SK 와이번스)를 인수했고, 온라인 패션 편집숍 W컨셉, 대어로 손꼽히던 오픈마켓 3위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았다. 최근에는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지분 50% 중 17.5%를 추가 인수했다.

SSG닷컴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686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손실은 296억원을 기록했으나 적자 규모는 38억원 축소했다. 총거래액(GMV)은 17% 증가한 2조5806억원을 기록했다. 컬리부터 11번까지…e커머스, 상장 추진 '랠리'
SSG닷컴 뿐 아니라 e커머스 업계에선 상장 추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높은 몸값을 인정 받으며 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데뷔로 e커머스 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컬리의 운영사 컬리는 국내 증시 상장 방침을 정하고 상장 주관사 선정을 추진 중이다. SSG닷컴의 상장 주관사가 선정된 후 다음달께 주관사를 정하기 위한 절차를 다시 시작할 전망이다. 앞서 경쟁사 오아시스마켓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SK텔레콤 자회사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2023년께 IPO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운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마존과 함께 대규모 프로모션과 투자를 진행해 11번가의 IPO를 성공시킬 단초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발 물러선 기업도 있다. 쿠팡과 함께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티몬은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상장을 추진했으나 최근 IPO 계획을 철회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e커머스 기업들이 대거 증시에 몰리는 만큼 상장을 미뤄 기업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