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처음부터 잘못된 성과지표를 설정하거나, 저출산·고령화와는 상관없는 사업을 실시하고, 시행 사업도 효과를 제대로 못내는 사례들이 대거 나타났다.
감사원은 13일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실태 Ⅰ(지역)·Ⅱ(노후소득보장)' 감사결과 보건복지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에 28건의 개선 권고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감사 결과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 단계부터 문제점이 드러났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5년 마다 수립되는 저출산 대책 기본계획은 3차(2016~2020년)의 경우 초·중·고 학생 수 감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교육비 경감 목표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총사교육비를 2014년 18조2000억원에서 2020년 17조원으로 줄인다는 목표지만, 학생 수 감소를 반영하면 1인당 사교육비 부담액은 오히려 같은 기간 9.8% 증가하는 수치여서 저출산 문제 해결과 반대 방향의 성과지표인 것으로 지적받았다. 실제로도 초·중·고 학령인구가 2016년 590만명에서 2019년 550만명으로 감소했는데도 1인당 사교육비는 같은 기간 25만6000원에서 32만1000원으로 25.4% 증가했고, 심지어 총사교육비 마저 18조1000억원에서 21조원으로 16% 늘었다.
달성 여부를 측정할 수 없는 성과지표도 있었다. 3차 기본계획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령친화사업 총생산비율을 5.4%에서 10%까지 늘리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고령친화산업의 범위가 불명확하고, 한국산업표준으로 구분되지도 않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한 차례도 성과평가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저출산 대책과 상관없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사례들도 드러났다. 2차 기본계획의 ‘성범죄자 재범방지 조치 강화’는 사업목적이 ‘성도착증을 가진 성폭력범의 효과적인 재범 억제’로, 해당 정책의 타당성과 상관없이 저출산 문제 해소와 연계성이 떨어진다
는 지적을 받았다.
정책에 대한 호응이 떨어지는 경우도 나타났다.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감사원이 2009년∼2019년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의 계약실적을 분석한 결과 공급물량은 연평균 1만7000가구이나 실제 계약물량은 8700가구로 공급대비 계약비율이 5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실적이 낮은 원인은 작은 주거면적(36㎡ 이하)과 신혼부부 생활지역을 고려하지 못한 입지 요인 등으로 분석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자녀 출산 시 지원하는 출산장려금은 출산 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사례 때문에 해당 지자체의 지속적인 인구 증가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출산장려금은 2017∼2019년 모두 전체 지자체 출산지원 정책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2019년에는 2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8% 증가했다. 출산장려금 지급액 상위권 지자체인 해남군은 지급액이 대폭 커진 2012년 이후 타지자체 전출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에 태어난 인구가 출생 다음 해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이후 태어난 인구도 같은 현상을 보이는 등 출생 후 인구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저출산 대책 추진 시 고용부·일자리위원회·교육부 등과 연계·협력을 강화하고, 정책목표와 수단 간 연계를 강화하며, 저출산·고령사회 계획의 성과지표는 정책과제 성과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된 만큼 이러한 분석결과를 관련 업무 개선방안 마련 등에 적극 활용하도록 권고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