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금지한 中, 사립학교까지 '몰수'…2025년까지 '법치 강화' 지속

입력 2021-08-12 15:00
수정 2021-08-29 00:01

중국이 민간 부문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선 사립학교의 무상 몰수를 공공연하게 진행하고 있다. 음주를 동반한 회식을 단속하고 노래방 금지곡도 지정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3기 여부를 결정하는 내년 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사회 통합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자유와 재산권을 억압하는 조치들에 불만이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재산권 교육권 침해에 불만 커져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이징시가 최근 석 달 동안 13개의 사립 초·중·고교를 무상으로 인수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에 운영권을 넘긴 한 사립학교 운영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전했다. 해당 학교들은 공립으로 전환된다.

이 같은 ‘무상 몰수’는 중국 당국의 강력한 교육 개혁 정책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교육부 등 8개 부처는 지난 5월부터 사립학교에 대한 일제 점검에 착수했다. 학교 설립과 운영, 재무 상태, 학생·교사 모집, 수업 내용, 행정 관리 등을 검사해 기준에 미달하면 2년 내에 공립학교로 전환하거나 아예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

교육부는 또 의무교육(초·중) 단계에서 신규 사립학교 설립 불허, 사립학교 재학생 비중 5% 미만 유지 등을 담은 '사립 의무교육 발전에 관한 지침'도 내놨다. 베이징시는 이 지침에 따라 올해 말까지 초·중 사립학교 학생 비율을 현재의 10%에서 5% 아래로 내린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선 2000년대들어 사립학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아이는 한 명 밖에 없는 가정들이 소득수준이 올라가자 부실한 공교육의 대안을 찾았다. 지방정부도 교육 예산을 줄이기 위해 사립학교 설립을 방조했다. 사립학교 진학률이 올라가자 인근 집값이 뛰고 공교육의 질은 더 낮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1년 등록금 30만위안(약 5400만원)이 넘는 '기업형 학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교육비도 치솟았다.

중국에는 19만여 개의 사립학교가 있다. 전체 학교의 3분의 1에 달한다. 사립학교 재학생은 5600만여 명으로 전체 학생의 5분의 1 수준이다. 공립에 비해 사립의 학교 당 학생 수는 적다. 초등학생은 17%, 중학생은 12%가 사립학교에 다닌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그나마 사립학교 재학생이 10% 안팎이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방 소도시나 농촌으로 가면 사립학교 학생 비율이 60%가 넘기도 한다.

교육비 부담이 저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교육 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재산권 침해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지난달 내놓은 사교육 금지 정책으로 인해 교육산업이 해체될 위기에 처했을 뿐 아니라, 학부모의 교육할 권리마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회식과 노래방까지 규제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12일 음주를 동반한 회식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에서 상사가 회식 이후 부하직원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중국에선 직장 내 음주 강요 문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이와 별도로 음주를 권장하는 등 퇴폐적 요소가 있는 노래와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방해하는 노래 등을 노래방에서 추방하는 내용의 규정을 내놨다.

중국 금융당국은 온라인 보험 플랫폼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지침을 전날부터 시행했다. 보험사업자들에게 부적절한 마케팅과 가격 담합 등을 중단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이런 위법 사항들을 스스로 점검하고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중국의 온라인 보험 플랫폼들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빅테크의 자회사이거나 이들의 투자를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번 조치는 당국의 빅테크 규제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전날 성명을 내고 현재와 같은 '법치 강화'을 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2021~2025년) 기간 동안 지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국은 식품, 의약, 교통, 금융, 교육 등 국민 생활과 직접 연계된 영역에서 법 체계를 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