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주 만에 통신연락선을 다시 단절하고 이틀 연속 협박성 대남 담화를 발표했지만 정부 내에서는 대북 유화 메시지가 잇달아 나왔다. 장관급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한·미 관계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촉구했다. 통일부는 민간 단체의 대북 물자 반출을 계속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12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이 반발해서 남북 관계가 식어 버린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7월 27일 통신선이 복원됐을 때 국민들이 ‘이제 다시 한반도에 봄이 오는구나’라는 희망에 벅차 있었다”며 “한·미 관계만 생각하지 말고 국민에게 희망을 줬는데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 8·15 광복절 경축사에 전반부 훈련(사전연습)은 그대로 갔지만 후반부 훈련(본훈련)은 중단하는 쪽으로 한·미가 입장을 조율했다는 식의 얘기가 좀 나가야 되지 않냐”며 “오늘내일 사이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일부는 민간 단체의 대북 물자 반출 승인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치·군사적 상황과 별개로 민간 단체의 대북 물자 반출 승인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일관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작은 소통과 협력을 시작해서 신뢰를 쌓고 큰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라며 지난해 9월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 이후 중단했던 반출 승인을 열 달 만에 재개했다.
한편 “한·미 연합훈련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취임 첫날인 이날 돌연 정반대 주장을 내놨다. 홍 원장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더 이상 호의를 보일 필요는 없다”며 “(북한이 도발하면) 참수훈련, 선제공격, 안정화 작전이라고 하는 북한 점령 작전도 이번주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