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음반시장인 미국의 지난해 LP 매출은 1986년 이후 34년 만에 CD를 앞질렀다. LP는 이를 처음 접하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도 레트로 소품으로 인기다. 과거의 추억을 담은 아날로그 매체인 LP 중 어떤 걸 들어야 할까.
《라이선스LP연대기》는 1970~1990년대 국내에서 발매된 라이선스LP 중 명반 305개를 추려 소개한다. 라이선스LP는 국내 음반사들이 EMI, 소니 등 해외 음반사와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생산한 LP다. 윤준호, 윤상철, 김주희 음반 수집가 세 명이 7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음반을 망라했다. LP와 관련한 2000여 장의 사진과 함께 500쪽이 넘는 분량을 할애해 명반을 상세히 소개한다.
전설적인 밴드인 비틀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딥 퍼플 등을 중심으로 LP 이야기를 풀어간다. 음반 소개와 함께 밴드의 역사를 훑으며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저명한 음반사 데카(Decca) 오디션에 떨어진 비틀스가 중소형 음반사인 팔로폰에서 ‘Please, please me’를 낸 일화 등을 전해준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발매된 LP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비틀스의 ‘Now again!’(1975년)이란 LP는 한국에서만 제작됐다. 멤버들의 솔로곡 모음집으로, 비틀스 팬들 사이에선 수출용 LP로 알려졌다. 저자는 “발매 당시 제조번호를 분석하면 EMI 본사 동의 없이 임의 발매한 불법음반”이라며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는 해외 수집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희귀 음반이 됐다”고 설명한다.
엄격한 검열 탓에 퇴출됐거나 표지가 바뀐 음반도 있다. 비틀스의 ‘페퍼 상사’는 배경을 삭제한 채 1977년 초판을 발매했다. 배경에 실린 화초가 대마초를 연상시켜서다. 1969년 발매한 영국 록밴드 블라인드 페이스의 유일한 앨범 ‘블라인드 페이스’에선 반라의 여성 사진을 아예 빼버렸다. 저자는 “칼질과 가위질로 난도질당해도 한 시절 우리네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을 실어날랐던 LP의 공로는 엄연하다”고 강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