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의 시간은 고요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와준다. 차에 ‘조용한 사색’(린 위탕) ‘평화와 안정, 교양’(아서 그레이) 같은 별명이 붙은 이유다. 커피가 열정, 각성, 활력 등으로 묘사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기호음료는 여전히 커피지만 차의 고요한 매력에 빠진 이도 적지 않다. 관세청 수출입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차 수입량은 1845t으로 2019년(1568t)에 비해 17%가량 늘었다. 올해는 음료 시장에서 차 향기가 더 짙어질 예정이다. 이미 상반기(1~6월) 수입량이 1474t에 달한다. 코스로 차 즐겨보셨나요
차 인구가 늘어나면서 일상에서 티타임을 즐길 기회가 다양해지고 있다. 차와 함께 핑거푸드를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이제 낯설지 않은 메뉴다. 차를 음식과 함께 코스로 즐기는 ‘티 오마카세’, 음식과 어울리는 차를 매치하는 ‘티 페어링’, 차에 여러 재료를 배합하는 ‘티 블렌딩’ 등이 최근 새로 등장한 선택지다.
서울 계동에 있는 ‘갤러리 더 스퀘어’는 티 오마카세 전문점이다. 널찍한 유리창을 통해 한옥마을의 전경을 보며 순서대로 차와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네 개의 차 코스를 중심으로 간단한 음식과 디저트가 곁들여져 나온다. 차와 음식의 종류는 계절과 원재료 수급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주로 ‘리쉬’ ‘A.C 퍼치스 티핸들’ 등 프리미엄 차가 쓰인다. 무알코올 맥주와 말차를 혼합해 제조한 칵테일 등 이색 메뉴가 포함되기도 한다. 음식은 구운 토마토, 브리오슈 토스트 등 차의 풍미와 어우러지는 종류로 구성됐다. 내 취향대로 고르는 블렌딩 티서울 역삼동 조선팰리스호텔에 있는 광둥식 파인다이닝 ‘더 그레이트 홍연’에 가면 티 스테이션이 있다. 허브, 한방, 레몬그라스를 활용해 자체 개발한 다섯 가지의 시그니처 블렌딩 티를 비치했다. 식전과 식중, 식후에 이들 차를 내어준다. 음식과 어울리는 차를 추천받아 페어링하거나 기분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 블렌딩 서비스도 운영한다. 12가지의 티 원료 중 맘에 드는 것을 골라 나만의 블렌딩 티를 마시는 서비스다. 베이스(아삼 홍차, 하동 녹차, 청향 우롱) 중 한 가지를 정한 뒤 허브·한방·착향(로즈페탈, 레몬머틀, 캐모마일, 재스민) 중 한두 가지, 과일향(딸기, 오렌지, 레몬, 무화과) 중 한두 가지를 골라 블렌딩할 수 있다. 차 메뉴 늘고 전문점도 속속카페에도 차 메뉴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최근에는 전문적인 티 브랜드를 입점·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롯데호텔이 지난달 출시한 ‘롯데호텔 한국차’가 대표적이다. 서울 소공동과 잠실, 부산, 제주에 있는 롯데호텔 라운지 카페에서 마실 수 있다. 한국차 메뉴는 ‘검은콩 윤슬차’ ‘민들레 꽃등차’ ‘귤피 햇귀차’ ‘메밀 너울차’ 4종이다.
티트라가 지난 4월 출시한 ‘프리미엄 티 컬렉션’은 패션파이브, 커피앳웍스 등에 입점했다. 컬렉션 중 얼그레이와 레몬을 블렌딩한 ‘얼그레이 앤드’는 ‘2021 ITI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 ‘국제 우수 미각상’을 받기도 했다.
차만 오롯이 취급하는 ‘티룸’도 인기다. 서울 계동 ‘델픽’은 최근 떠오르는 차 전문점 중 하나다. 1층은 갤러리, 2층은 티룸으로 운영해 전시와 차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밀리필리’. 우롱차 베이스에 메리골드 꽃잎과 우유향이 첨가돼 부드러운 풍미가 특징이다. 정통 차의 맛과 향을 느껴보고 싶다면 백차의 한 종류인 백호은침을 권할 만하다. 섬세하고 맑은 연꽃향이 난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