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딸 방치 사망, 친모 녹취록 들어보니…폭염에 "보일러 고온"

입력 2021-08-11 23:06
수정 2021-08-11 23:07

3살 딸을 집에 혼자 방치해 사망케 하고도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 30대 엄마가 구속된 가운데 사망한 딸이 폭염 속 '고온의 보일러'가 켜진 집에 홀로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11일 SBS는 3살 딸을 집에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A씨(32·여)가 지난 7일 119에 신고한 녹취록을 공개하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때 집 보일러를 고온으로 켜 둔 채 아이를 두고 외출했다고 말한 정황이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119 신고 당시 A씨는 "여보세요"만 반복하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다가 한참 뒤 "보일러가 '고온'으로 올라가 있고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이 몸이 시뻘게 물도 먹여 보고 에어컨도 켜봤다"면서 "아이 몸에서 벌레가 나온다"고도 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상황실에서 아이를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묻자, "어제"라면서 "외출했다가 왔더니 보일러는 '고온'으로 집 안이 엄청 뜨겁고 아이는 엎드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실제 보일러가 고온 상태로 켜져 있었는지 확인하고,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유기방임 혐의로 A씨를 전날 10일 구속했다.

A씨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집을 나가 외박을 했고, 귀가 후 이미 숨진 딸을 발견했지만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아이 시신에 이불을 덮어두고 다시 남자친구 집에서 며칠간 숨어지낸 A씨는 지난 7일 집에 다시 돌아와서야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이 출동했을 당시 아이의 시신은 이미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이의 시신을 부검한 뒤 "골절이나 내부 출혈은 보이지 않지만 외상으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또 "사망 추정 시점은 확인이 불가능하고, 고온으로 인한 사망 여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