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3개월 연속으로 중국을 제치고 월별 수주 1위 자리를 지켰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비롯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주력 선종 수주를 싹쓸이하면서다. 신조선가도 9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 철광석 가격 하락과 맞물려 하반기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부가가치船 싹쓸이한 韓 조선11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세계 선박 발주량 401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가운데 한국이 181만CGT(24척, 45%)를 수주하며 3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177만CGT(49척, 44%)를 수주해 뒤를 이었고, 일본은 40만CGT(21척, 10%)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올 들어 7월까지 누적 수주는 중국이 1348만CGT(474척, 45%)로 가장 많았다. 한국이 1276만CGT(304척, 43%) 규모의 수주 계약을 따내며 중국을 뒤쫓고 있다. 한국의 1~7월 누계 수주는 조선업계 ‘슈퍼 사이클’로 불린 2008년 1550만CGT 이후 최대 실적이다.
중국을 누른 힘은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 있었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 발주된 대형 LNG운반선 16척 전부(100%)를 싹쓸이하고, VLCC 31척 중 27척(87%), 초대형 컨테이너선 154척 중 절반이 넘는 81척(51%)을 휩쓸었다. 중국에 비해 수주 척수가 30% 이상 적지만 CGT 기준으론 접전을 펼친 비결이다.
수주는 7월에도 이어졌다. 한국조선해양은 7월에만 LNG운반선 14척을 포함해 총 16척, 금액 기준으로 4조원어치를 쓸어담으며 저력을 발휘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LNG운반선 4척을 수주하며 성과를 냈다. LNG운반선 시장을 한국 업체들이 독식한 셈이다.
선가도 9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8월 첫주 144.5포인트를 기록해 2011년 9월 140.6포인트 이후 10년 만에 140포인트대를 회복했다. 신조선가지수는 2008년 8월 191.5포인트를 고점으로 2017년 3월 121.4포인트까지 장기간 하락한 뒤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추세다. 철광석 가격도 급락…원가 부담 덜까신조선가 상승은 조선업계 원가 부담도 크게 덜어줄 전망이다. 조선 3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2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봤다. 작년까지 t당 60만원 선이던 조선용 후판 공급가가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상반기 70만원으로 뛰고, 하반기에는 100만원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에 조선사들이 예상 손실분을 2분기 실적에 미리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의 조강 감산 여파로 후판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떨어지면서 조선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t당 179.3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5월 t당 226.46달러에 비해 3개월 만에 21% 떨어졌다.
평행선을 달리던 조선·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도 조선사들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등 조선사들은 하반기 후판 가격을 t당 100만~115만원 사이로 보고 손실충당금을 반영했지만 최종 협상 결과는 이에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고부가 선박에서 한국 조선의 우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수주가 수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후판 등 비용 부문의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