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서 ‘사물놀이(사면 물리고 놀면 이긴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빠른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을 기점으로 바이오를 소외 업종에서 반등 업종으로 봐야 한다는 전략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가 잇따라 나왔다. 코스피지수가 3200선에서 횡보하는 상황에서 ‘알파(α)’ 수익을 창출할 종목으로 바이오 대표주를 꼽는 의견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 국내 대표 바이오주 주가가 가파른 반등세로 돌아서고 있다. 8월 기점으로 바이오 반등
11일 김용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달 이후 하반기 종목 장세를 주도할 종목은 바이오 대표주”라며 “대형 위탁생산·개발 및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종목을 주목하라”는 투자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앞서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 담당 연구원도 “기술적 관점에서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장기간 이어진 소외 구간을 탈출하고 있다”며 8월 매수 업종으로 바이오를 꼽았다.
김 연구원이 박스권의 순환매 장세 속에서 바이오주를 추천한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바이오 주가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의 길었던 조정 과정이 일단락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최근 바이오주의 시장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2015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5년은 한미약품이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며 바이오주가 시장보다 높은 PER을 형성하기 시작하던 때다. 밸류에이션이 사실상 상승 궤도의 원점으로 복귀했기 때문에 재도약할 수 있는 여건을 충족했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 장기 금리의 탄력적 상승이 어려워지면서 바이오 등 성장주가 다시 강세를 보일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을 꼽았다. 당초 예상과 달리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가 더디고,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난항으로 금리 상승이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미래 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 성장주에는 불리한 요건으로 작용하지만 지금은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도 “여름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하락장 시작이 아니라 강세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여름이 지난 이후엔 업종 순환매가 일단락되고 주도주·성장주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바이오 업종의 실적 개선 동력이 이달을 기점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것이란 신호가 나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바이오주의 이익 수정 비율이 8월을 분기점으로 시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며 “이는 통상 시장 대비 바이오주 주가에 3개월가량 선행하며 나타나기 때문에 바이오 강세장의 신호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대표주들 일제히 급등국내 대표 바이오주는 바닥을 찍고 오르기 시작했다. ‘국산 1호 코로나 백신’ 기대에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린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76% 급등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모더나 백신 수혜 등으로 주가가 100만원에 육박했다.
셀트리온 3형제도 급등했다. 이날 셀트리온은 4.81%,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26%, 셀트리온제약은 11.41% 상승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이 올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부터 반등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주가 수준은 어느 정도 바닥을 확인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