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공원에서 생후 5개월 된 어린 아기가 까치의 공격을 피하려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엄마가 까치를 피하다 넘어지면서 품에 안고 있던 아기가 머리를 다친 것이다.
호주 공영 A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시몬이란 이름의 여성이 생후 5개월 된 딸 미아를 안고 브리즈번 글린데만 공원을 산책하던 중 까치로부터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까치는 부리를 내밀며 매섭게 모녀에게 달려들었다. 엄마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숙이며 피하다 발이 걸려 넘어졌고, 품에 있던 아기는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아기는 인근 퀸즐랜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브리즈번 시의회 관계자는 "매우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며 "사건이 발생한 장소 주변에 까치의 급습을 경고하는 경고판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브리즈번 시장 아드리안 슈리너는 "시 전체가 아기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며 "공동체로서 미아의 부모에게 브리즈번이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호주 전역에 서식하는 호주 까치는 번식기가 되면 강한 공격성을 띠며 지나가는 사람이나 동물에게도 공격을 퍼붓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브리즈번의 까치들은 크기가 최대 40㎝에 달해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까치가 공격한 장소와 시간대 등을 기록한 까치경보 웹사이트도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통계를 시작한 2013년부터 현재까지 퀸즐랜드, 뉴사우스웨일스, 빅토리아, 캔버라, 서호주, 남호주 등 호주 전역에서 3만건 이상의 까치 공격 사례가 접수됐다. 올해에만 벌써 213건의 공격과 23건의 부상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현장 보도를 하던 기자가 갑자기 날아든 까치의 공격을 받아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해당 기자는 SNS를 통해 "다행히 제때 눈을 감았다"며 큰 부상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알렸다.
또 지난해 호주 동남부의 한 공원에서 60대 남성이 까치에게 두 눈을 쪼이는 공격을 받았으며, 2019년에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울런공의 니콜슨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던 70대 남성이 까치의 공격을 피하려다 담장에 충돌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잦은 사고에도 호주 까치는 보호종으로 분류돼 이들을 죽이거나 알을 포획하는 것은 불법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