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상쇄권 얻으려 숲 조성한 기업들, 산불에 '눈물'

입력 2021-08-10 17:17
수정 2021-08-11 01:54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삼림 투자에 뛰어드는 기업이 많아졌다. 복병은 화재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조성한 삼림에 불이 나 손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탄소상쇄의 희망을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탄소상쇄권(carbon offset)은 나무를 심거나 보호하는 사업에 투자하면 얻을 수 있다. 탄소 다배출 기업이 탄소 관리기업이나 삼림 관리기업에 투자하거나 수수료를 내면 특정 숲이 흡수한 탄소의 양을 계산해 해당 기업 명의로 돌려준다. 유엔 기후행동특사를 지낸 마크 카니 전 잉글랜드은행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2018년 3억달러(약 3429억원) 규모였던 이 시장은 2028년까지 1000억달러(약 114조5000억원)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전통 에너지 기업들이 삼림 투자에 적극적이다. 영국 정유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019년 탄소관리기업 피니트카본에 5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아예 피니트카본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블룸버그통신은 “BP가 2030년까지 피니트카본에 10억달러가량을 더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과 네덜란드가 함께 투자한 로열더치셸도 숲·습지 등 자연 기반 탄소 감축 분야에 향후 1~2년간 연평균 1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8월엔 호주 농가 소유 토지를 용도 변경해 감축권을 얻는 탄소 관리기업 셀렉트카본을 인수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연달아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삼림 투자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의 콜빌 지역 숲은 지난달 번개에 의한 대형 화재로 훼손됐다. 이곳은 BP가 피니트카본을 통해 투자한 콜빌 임업 프로젝트가 이뤄지던 곳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미 오리건주 클라마스 폭포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로 그린 다이아몬드 리소스 컴퍼니를 통해 추진했던 ‘클라마스 이스트 삼림 프로젝트’가 타격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