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대선 경선 기획을 두고 지도부와 후보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준석 대표가 재차 활 시위를 당겼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이 대표를 향해 "경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끊으라"고 하자 이 대표도 "구체적으로 누가 (경선에 대한 고민을) 하라는 것이냐"며 맞불을 놓았다.
10일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대선 경선에 관한 원 지사의 발언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경선준비위원회가 경선의 공정한 관리와 흥행을 위해서 고민을 하는 것에 대해서 후보들이 무리한 언급을 하는 것을 자제하기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지도부도, 경선준비위원회도 경선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그러면 누가 하라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데 원희룡 후보께서 후보 겸 심판 하시겠느냐"며 "언급하신 선거관리위원회는 말 그대로 관리하는 조직이지 기획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선의 기획 및 관리는 당이 중심이 되어서 해야 하고 본선에 이기기 위해서는 침대축구하려는 사람에게는 경고를, 그리고 대선 승리 이외의 다른 목표로 선거판을 흔드는 사람에게는 대선에 집중하도록 제어해야 한다"며 "경기를 뛰어야 할 선수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내면서 본인의 유불리에 따라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을 드러내는 것은 방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원 지사는 지난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경선 아이디어의 상당 부분이 이준석 대표로부터 나오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당 대표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을 때 최후의 보루가 없어지게 돼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역 의원이 얽히고설켜 있는데 경선준비위원회가 컷오프를 몇 명 하느니 뮤직비디오를 찍느니 하는 것도 월권"이라며 "그런 것들은 최고위원회의와 선관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최근 이 대표는 원 지사 외에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 회의 불참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당내에서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는 건 언론의 시각이며 문제가 금방 해소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한편 국민의힘 대선 경선준비위원회는 경제를 주제로 한 대선 후보 1차 토론회를 오는 18일과 25일께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