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호황이었는데” 내리막 못 면하는 화학株…왜?

입력 2021-08-10 08:59
수정 2021-08-10 09:00


석유화학 기업들이 역대급의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는 미끄럼을 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경기 충격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서 호황을 누렸지만, 조만간 실적이 정점을 치고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금호석유는 1만원(4.79%) 내린 20만1500원에, 롯데케미칼은 1500원(0.57%) 하락한 26만35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두 회사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지난 6일 장중에 공시했지만, 이후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석유화학기업들의 실적은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금호석유는 올해 1분기에 세웠던 최대 실적 기록을 또 다시 갈아치웠다. 2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114.3% 늘어난 2조1991억원을, 영업이익은 527.3% 증가한 753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작년 연간 실적인 7422억원을 뛰어 넘는 수준에 달했다. 작년에도 금호석유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위생장갑 수요 증가에 따른 NB라텍스 호황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2배 넘게 늘어난 바 있다.

롯데케미칼도 석유화학 슈퍼사이클의 막바지였던 2018년 상반기 이후 3년 반만에 반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 2분기 실적은 매출 4조3520억원, 영업이익 59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2.3%와 1704.5% 증가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도 1조3247억원으로 사상 최대였으며, 한화솔루션도 태양광 부문의 부진 속에서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위생용품·의료용품·일회용품 수요와 함께 내구재 소비도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플라스틱의 수요도 동반 증가하면서 작년 하반기 이후 실적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수요가 확대된 상황에서 올해 초 미국의 한파로 현지 석유화학 공장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가격이 더 치솟는 특수까지 누렸다.

하지만 대한유화를 시작으로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28일부터 전일까지 코스피 화학업종 지수는 7537.50에서 7404.42로 1.77% 빠졌다. 이 지수는 증권가의 2분기 실적 전망이 한창이던 7월6일 이후 줄곧 내리막을 타고 있다.

3분기부터 직전분기와 비교한 영업이익이 감소한다는 전망 때문으로 보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LG화학에 대한 증권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는 1조2944억원이다. 2분기의 2조2308억원 대비 42%가량 감소한다는 전망치다.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도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 실적 대비 각각 17%와 23% 감소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석유화학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과 운송비의 합을 뺀 값)도 하향 추세에 접어들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분기별 평균 석유화학 합산 스프레드는 작년 4분기 톤(t)당 792달러에서 올해 3분기 640달러로 19.19% 축소됐다. 멈췄던 설비의 재가동이 늘어나 공급이 증가하는 반면,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재료비 부담은 확대된 영향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달 1주차 납사분해설비(NCC) 업체의 톤당 스프레드는 385달러로 성수기 진입에도 평균치인 430달러 이하에서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달 GS칼텍스의 80만톤 설비에서 양산 물량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중국 굴레이(Gulei)페트로케미칼의 80만톤 설비도 새롭게 가동되며, 말레이시아 페트로나(Petrona)의 120만톤 설비는 폭발사고 이후 재가동을 시작해 동남아시아 지역에 공급 부담을 높이고 있다”며 “(석유화학 시황이) 8월에는 그럭저럭 유지되겠지만, 9우러 중하순에서 11월 초 비수기에 다시금 충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