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탕준상 "'라켓소년단' 유아인·양현종 애청자 인증, 놀라워"

입력 2021-08-11 09:02
수정 2021-08-11 09:03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009년 뮤지컬 '빌리엘리어트'부터 10년 넘게 차근차근 기본기를 다져온 준비된 배우였다. 지난 9일 종영한 SBS '라켓소년단'에서 탕준상은 주인공 윤해강 역을 맡았다. 전작 넷플릭스 '무브투해븐'의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와는 완전히 다른 결의 캐릭터였다. 윤해강의 부모님은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 출신의 코치. 타고난 운동 유전자와 승부근성까지 더해져 초등학교 시절부터 '천재'로 이름을 날렸고, "인기있는 스포츠를 하겠다"며 야구부에 들어간 후에도 에이스로 활약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중학교2학년, '와이파이'와 '신상 휴대전화'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춘기 남학생이었다. 여기에 또 다른 배드민턴 천재 한세윤(이재인)과 풋풋한 로맨스를 선보이면서 "나, 윤해강이야"라며 잘난 척이 생활화된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탕준상은 운동 천재부터 미워할 수 없는 윤해강의 매력까지 모든 설정을 섬세하게 살려냈다.

지난 1년 가까이 배드민턴을 배우고, 선수처럼 훈련하며 '라켓소년단'의 윤해강으로 살아온 탕준상이다. 올해 19살인 탕준상은 "'라켓소년단'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그게 너무 신기했다"면서 특히 유아인, 양현종의 애청자 인증에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 '라켓소년단'이 응원과 지지 속에 종영했다. 인기 비결이 뭐였을까.

다치지 않고, 큰 사고 없이 작품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또 하나의 가족이 된 것 같은 현장이었다. 정보훈 작가님의 대본이 재밌었고, 현장에서 배우들이 호흡이 좋았고, 이걸 화면으로 보여주시는 조영광 감독님의 연출까지 잘 맞아떨어진 거 같았다. 처음 시작할 땐 다 같이 친해지는 게 목표였는데, 함께 운동을 하니 안 친해질 수가 없었다. 숨소리만 들어도 웃어서 NG가 날 정도로 웃으며 촬영했다.

▲ 윤해강이란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사전에 어떤 준비를 했을까.

대본에 이미 다 나와 있었다. 철이 없는 거 같으면서도 속이 깊고, 승부욕도 강하고, 틱틱거리면서도 주변을 챙기는 모든 모습이 대본에 쓰여 있었다. 또 배드민턴 선수처럼 쳐야 하니 전문적으로 선수들의 자세를 만들었다. 촬영 들어가기 몇 달 전부터 1대1 레슨을 받고, 선수들이 받는 고강도 훈련을 받으면서 실력을 끌어올렸다.

▲ 실제 성격과 윤해강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해강이는 '겉바속촉'(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의 성격인데, 저는 '겉촉속촉'(겉도 촉촉, 속도 촉촉)이다. 앞에서도 잘해주고, 뒤에서도 잘해준다.(웃음)

▲ 실제 배드민턴 실력도 궁금하다.

전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배드민턴을 배울 때 제가 잘하는 줄 알았다.(웃음) 근데 전문적으로 배우고 나니 정말 실력이 천지 차이였다. 그렇게 힘든 훈련을 알고 나니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더욱 감탄스러웠다.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보고, 울컥하고 그랬다.

▲ '라켓소년단' 내 실제 배드민턴 실력 서열은 어느 정도인가.

저희끼린 아직 서열 정리가 안 됐다. '라켓소년단'에서 대역을 쓰지 않았다. 발만 나오는 장면도 배운 게 아까워서 직접 다 했다. 그래서 다들 잘 친다. 배드민턴 경기 장면은 거의 하루 종일 찍는데, 찍으면서도 쉬는 시간마다 쳤다. 이게 끊을 수가 없다. 정말 재밌다. 나중에 저희끼리 동호회를 꾸리자는 말을 했다. 나중에 서열정리를 보여줄 수 있는 대중적인 콘텐츠도 만들어질 수 있길 바라본다.

▲ 유아인과 양현종도 '라켓소년단' 팬을 자처했다.

유아인 선배가 결방이 아쉽다고 SNS에 올린 글을 '라켓소년단' 멤버들 중 한 명이 단체 채팅방에 올렸는데 그날 난리가 났다. 대화가 폭발했다. 저희 모두 잠도 못잤다. 양현종 선수는 심지어 제 얼굴까지 캡처하고 태그해 주셨다.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고, 영광이었다. (극중 윤해강은 양현종의 팬이라는 설정이다.) 드라마에서 매번 '좋다', '팬이다' 말했는데, 저를 SNS에 태그해주시니 행복하고, 믿기지 않았다.


▲ '라켓소년단'을 하면서 가장 공들여 찍은 장면이 있었나.

16부 결승전 경기를 가장 마지막에 촬영을 했다. 며칠 동안 찍었다. 최대한 프로다워 보이고 싶었고, 멋있어 보였으면 했다. 자세부터 동작, 표정까지 더 신경 썼다. 열심히 찍은 것만큼 잘 나와서 보람이 컸다.

▲ 본인이 꼽은 최고의 명장면은?

'나야, 나 윤해강이야'라고 외친 모든 장면들.(웃음) '나야, 나 윤해강이야' 모음집이 나오면 보고 싶다.

▲ 세윤(이재인)과 로맨스가 좀 더 적극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16부에서 손도 잡고, 포옹도 하고 그동안 하지 못한 스킨십도 다 했다.(웃음) 제가 같은 상황이라도 겁도 나고, 챙겨주고 싶지만 직진으로 고백하긴 겁이 날 거 같더라. 해강이도 우승이라는 핑계가 있으니 고백했지, 아니었다면 절대 끝까지 하지 않았을 거 같다.


▲ 탕준상의 16살은 어땠나?

영화 '나랏말싸미' 촬영을 했다. 머리를 빡빡 민 상태였다. 머리를 스님처럼 짧게 잘랐다는 거 외엔 학교생활은 착실히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축구를 했다. 물론 지금도 평범한 학생인 건 마찬가지다.

▲ 나이를 먹으면서 그에 맞는 역할을 맡으며 성장해가는 느낌이다.

전환점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나랏말싸미'를 하면서부터 왠지 모르게 연기가 편해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다음에는 '미생'의 장그래와 같은 사회 초년생, 회사원 연기도 해보고 싶고, 범죄, 오락, 코믹 장르도 도전해보고 싶다. 그냥 다 해보고 싶다는 말이다.

▲ 연기 인생에서 '라켓소년단'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현장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지내는 것에 대해 배웠다. 그래서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

▲ 시청자에겐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라켓소년단'을 생각하면 자신의 중학생 시절, 학창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