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2021년 말 출시를 자신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의 출시가 연기됐다.
9일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인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사이버트럭 출시 시점을 2022년으로 연기했다. 사이버트럭은 테슬라가 2019년 미국 LA에 위치한 스페이스X 본사에서 공개한 전기 픽업트럭이다. 우주선 제조에 쓰이는 초고경도 냉간압연 스테인리스 스틸과 9mm탄 방탄 성능을 갖춘 미래지향적 디자인이 특징이다. 최근까지 120만대 넘는 사전계약이 이뤄졌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을 발표하며 2021년 말까지 출시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목표 출시일이 가까워지자 특유의 방식으로 사이버트럭 띄우기에도 나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사이버트럭을 몰고 텍사스 기가팩토리 부지를 돌아보는 한편, 자신의 트위터에 "사이버트럭을 몰고 사이버트럭이 만들어질 곳에 갔다"며 사이버트럭 사진을 올렸다. 5월에는 건설 중인 텍사스 기가팩토리 2층 전면에 사이버트럭을 배치해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을 노출하며 출시가 임박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지만, 업계에서는 제때 출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져왔다. 최근 테슬라 실적 발표에서 건설 중인 텍사스 기가팩토리의 사이버트럭 섹션 내부에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테슬라가 공개한 문서에서도 사이버트럭은 '생산 중'이 아닌 '개발 중'이라고 명시됐기 때문이다.
실적발표 자리에서 머스크는 "지금 당장 사이버트럭을 만들면 100만달러 짜리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까지도 자신의 트위터에 "엔지니어링 작업이 거의 완료됐다"며 "조만간 조립 라인을 설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었지만, 사실상 양산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이버트럭에 적용할 예정인 4680 배터리셀도 아직 양산되지 못하고 있다. 지름 46mm, 길이 80mm를 뜻하는 '4680' 배터리는 지난해 9월 머스크가 '배터리 데이'에서 소개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5배, 출력을 6배 높이고 주행거리를 16% 늘린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우려 속, 테슬라는 최근 사이버트럭 주문 페이지의 계약금 아래 부분에 '2022년쯤 제품 생산을 완료할 수 있다'는 각주를 달았다. 일렉트렉은 "지난 몇 달 동안 사이버트럭의 생산이 지연될 수 있다는 암시를 보내온 테슬라가 마침내 2022년 연기를 확인했다"며 "100만대 넘는 사전계약을 받아온 만큼, 많은 이들을 실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