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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초조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통과가 불투명해져서인데요. 8월 내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인앱결제 방지법이 공정거래위원회라는 생각도 못한 암초를 만나게 됐습니다.
인앱결제란 구글 애플 등 앱마켓에서 유통된 앱 내에서 결제가 일어날 때 앱마켓 사업자가 자체 개발한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가령 구글에서 다운받은 음악 스트리밍 앱에서 구독 결제를 할 때 구글 결제 시스템을 통하는 것이죠. 구글은 지난해 7월 인앱결제를 강제하던 기존 게임 앱 뿐만 아니라 모든 앱에 강제하고 수수료를 30%로 규정한다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정책시행은 내년 4월입니다. 국회는 이를 막기 위해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을 발의했습니다.
지난달만하더라도 인앱결제 방지법은 이번 달 통과하는 수순을 밟고 있었습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신중론’을 내세우며 인앱결제 방지법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지만,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자체 법안 통과를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국회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에서 통과시켰기 때문입니다. 여당은 법안 통과를 8월로 못 박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가 반발했습니다. 공정위는 인앱결제 방지법이 공정거래법과 중복되고, 경쟁당국인 공정위 외에 방송통신위원회라는 규제기관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을 운영하는 주체는 방통위입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한다는 내용 뿐만 아니라 다른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이 조항들을 문제삼았습니다. ▲다른 앱마켓에 모바일콘텐츠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도하는 행위(제10호)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제13호) 등입니다.
방통위도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이미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앱마켓 사업자를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앱마켓 사업자가 이미 전기통신사업법을 주관하는 방통위의 관리감독 대상이라는 논리입니다.
IT업계는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요. 인앱결제 방지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구글에 30%의 수수료를 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결제 데이터를 구글에게 고스란히 빼앗기게 돼 개발자들은 향후 데이터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당은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 공정위의 반대에도 법안 통과를 강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간사는 지난 3일 미국 앱공정성연대를 만난 자리에서 "중복규제라기보다는 어느 기관이 규제할 것인지의 문제인데, 구체적인 행위에 대한 금지 사항을 명기한 것이기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라며 “오는 17일 소집되는 결산 국회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여당 내에도 중복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남아 있습니다.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실제 산업에서 플랫폼 사업자를 어떻게 규제할 것이냐의 문제인 만큼 중복규제가 안 되도록 해야 한다”며 “법안 통과 이전에 공정위와 방통위간 논의가 먼저”라고 말했습니다.
구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