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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은 명실상부 국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1위 기업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는 1259개, 점유율 52.5%로 절반이 넘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001억원으로 국내 H&B스토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습니다.
경쟁사들 상황은 다릅니다. 롯데의 롭스와 GS리테일의 랄라블라는 각각 매장 수가 100개 안팎입니다. 적자가 계속되자 이마저 줄이고 있지요. 1위와의 격차가 벌어진 이유도 있지만 글로벌 브랜드 세포라와 신세계백화점 시코르 등 화장품 편집숍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됐고, 화장품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며 오프라인 매장인 H&B스토어 산업 자체가 침체된 영향도 있습니다.
CJ올리브영의 독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O2O·Online to Offline)이 그 답 중 하나입니다. CJ올리브영은 전체 거래규모의 25%가 온라인(모바일 포함)에서 나올 정도로 자체 온라인 쇼핑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습니다. 롯데와 GS 등 유통업을 하는 대기업 계열사인 롭스와 랄라블라는 갖추지 못한 점이죠.
그 중에서도 CJ올리브영의 간판 서비스는 당일배송인 ‘오늘드림’ 서비스입니다. 화장품을 주문한 지 3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로, 현재 배송 권역은 일부 도서산간을 제외한 전국입니다. 상반기 기준 평균 배송시간은 45분. 사실상 퀵커머스입니다.
전국 12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이 배송기지이자 CS센터입니다. 오늘드림 주문이 들어오면 소비자 인근 매장으로 주문이 전달됩니다. 매장 직원은 주문에 따라 점포에 있는 상품들을 골라담습니다. CJ올리브영과 제휴한 물류 브랜드 ‘부릉’과 ‘바로고’의 배달기사들이 이를 받아다 곧장 배달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면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고 매장에서 가져갈 수 있고, 배달로 제품을 받아본 후 반품하고 싶으면 매장에 찾아가도 됩니다.
CJ올리브영이 오늘드림 서비스를 처음 내놓은 건 2018년 말입니다. 쿠팡과 마켓컬리, 이마트 정도가 식품 위주의 새벽배송 또는 당일배송을 일부 지역에서 하던 때였습니다. “화장품도 빠른배송을 원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는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의 의지가 강했다는 후문입니다.
H&B스토어라는 오프라인 산업은 침체기에 들어서고 있었지만, 개별 매장이 물류기지가 되자 다른 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에 자리잡은 매장들은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크기와 부피가 작은 화장품의 특성상 매장마다 배송 가능한 상품 수가 많았고, 신선식품처럼 유통기한이 짧지 않아 재고관리에 큰 어려움도 없었습니다. 주 타깃인 1030 젊은 여성층은 새로운 경험과 비대면에 익숙한 소비자들이죠.
코로나19 사태는 성장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오늘드림 서비스의 지난해 연간 주문 건수는 2019년의 12배로 커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CJ올리브영은 최근 누적 온라인 거래규모 1조원을 달성했습니다. 2017년 온라인몰을 연 지 4년만입니다.
CJ올리브영은 최근 대규모 정보기술(IT)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IT직군을 두 자릿수로 채용하는 건 1999년 창사 이래 처음입니다. 앱 서비스 개발, 고객 데이터 활용 분석 등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데 투자해 온·오프라인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쿠팡, 쓱닷컴 등 IT 기술을 바탕으로 유통업을 하는 e커머스 업체들과 유사한 행보입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