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승인한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 이 부회장의 낮은 재범 가능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가석방심사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사회의 감정, 수용 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석방 심사위는 가석방 심사 대상자의 죄명과 범죄 동기 및 내용, 범죄 횟수, 형기, 건강 상태, 교정 성적,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석방 대상을 결정했다. 이 부회장은 수용 생활 내내 큰 문제 없이 모범적인 생활을 이어왔다. 법무부는 이 부회장이 비슷한 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범 위험성이 낮은 수형자에 대해선 가석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풀려나 국가 경제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사회적 여론도 중요하게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 정서를 감안해 청와대와 정치권, 법무부 등이 사전에 교감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 부회장이 가석방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국민의 뜻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위기에 몰린 경제 상황도 고려됐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적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데,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오너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 비춰봤을 때 국민의 70% 가까이가 가석방에 찬성하는 상황이라 법 감정 차원에서 요건은 충족된다”고 덧붙였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부회장 스스로 ‘4세 경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고, 삼성그룹이 삼성준법감시위원회 등 사법부 권고에 따라 자체 감시기구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정경유착’ 범죄가 더 이상 일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가석방심사위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효주/최한종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