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에 농락 당하는 K방역…백신 접종간격 4주→6주로

입력 2021-08-09 17:39
수정 2021-08-17 15:48

모더나가 사전 예고 없이 백신 공급 지연을 통보하면서 방역당국의 접종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미도입 분과 이달 계약물량을 포함한 모더나 1046만 회분 가운데 이미 국내에 들어온 물량을 제외한 916만 회분의 도입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1, 2차 접종 일정을 기존 4주에서 6주로 늘리기로 했다. 50대 연령층, 18~49세 등의 1차 접종 일정이라도 계획대로 맞추기 위해 모더나 대신 화이자 물량을 끌어다 사용하기로 하면서다.

백신 맞는 2453만 명, 접종 간격 6주로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모더나는 지난 6일 한국 정부에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의 여파로 8월 계획된 공급 물량인 850만 회분의 절반 이하만 공급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모더나는 지난달 27일 정부와의 고위급회담에서 “8월 물량은 계획대로 공급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열흘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방역당국이 원래 8월에 받아야 하는 모더나는 총 1046만 회분이다. 8월 계약분 850만 회분에 더해 지난달 모더나로부터 받지 못한 백신 196만 회분을 더한 것이다. 이 중 130만 회분은 지난 7일 국내에 도착했다. 하지만 남은 916만 회분의 도입 일정은 ‘안갯속’이다. 모더나가 “절반 이하만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이달 추가로 들어오는 모더나 백신이 아예 없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신 공급 일정이 꼬이자 방역당국은 일단 1차 접종 일정은 유지하되 1, 2차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리기로 했다. 이달 접종이 시작되는 18~54세 연령층뿐 아니라 이미 접종이 시작된 55~59세, 아동센터 및 돌봄센터 직원, 사업장 자체접종·지방자치단체 자율접종 대상자도 일제히 2차 접종일이 2주 뒤로 밀렸다. 이번 공급 지연으로 접종 간격이 변경되는 대상자는 모두 2453만 명에 달한다.

다만 고3 학생 및 고교 교직원, 재수생(재학생 제외) 등은 수능 일정을 고려해 접종 간격을 원래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은 화이자 백신을 맞기 때문에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권고대로 1회 접종 후 3주 뒤 2차를 맞는다. 역시 화이자를 맞는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3학년 교직원은 2학기 등교개학에 대비하기 위해 5주 간격으로 백신을 맞는다. 당국 “50세 미만 AZ 접종도 검토”의료계에서는 1, 2차 접종 간격이 과도하게 벌어지면서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 간격을 전문가들의 권고 기준 이상으로 늘리면 그만큼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지난달 백신별 접종 간격을 화이자 3주, 모더나 4주로 제시한 바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접종 간격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임상시험을 통해 결정된 접종 간격을 따르는 게 좋다”며 “백신 접종 간격을 늘려서 좋을 건 없다”고 말했다.

영국, 캐나다 방역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1차 접종 시 델타 변이 예방률이 30~50%대에 그친다. 2차까지 맞아야 예방률이 80%대 후반으로 올라간다. 모더나는 1차 접종 시 예방률이 70%대로 화이자보다는 높지만, 역시 2차까지 맞아야 90%대가 된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방역당국은 50세 미만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AZ 백신은 허가 범위가 18세 이상이기 때문에 백신의 수급 상황, 유행 상황에 따라 허가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접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희귀 혈전증 등 AZ 백신의 부작용을 감안해 접종 연령대를 ‘3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변경했다. AZ의 델타 변이 예방률은 60~88% 수준으로 화이자, 모더나 등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정부가 사전 통보 없이 화이자·모더나 백신 1차 접종자에 대해 2차 접종일을 2주 연장하면서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졌다. 일부 대상자는 2차 접종일이 6주가 아닌, 8주 뒤로 미뤄지는 오류도 발생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일시적인 오류로 곧 6주 이내로 다시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임도원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