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휴전 선언에도…'날 선 공방' 이어지는 與 경선

입력 2021-08-09 17:55
수정 2021-08-10 02:12
더불어민주당 대선 레이스에서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네거티브 휴전’을 선언한 이튿날에도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이 전 대표 측이 ‘지사직 사퇴’ 문제를 꺼내들자 이 지사 측은 ‘경선 불복’ 논란으로 응수했다.

이 전 대표는 9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도가 기본소득 홍보에 34억원을 썼는데 그런 일이 계속 생긴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가 미국 등 해외 언론에 이 지사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을 홍보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낙연 캠프에 따르면 경기도는 미국 ‘CNN’과 ‘타임’ ‘포브스’, 유럽 ‘유로뉴스’ 등에 기본소득을 홍보하기 위해 4억원을 지출했다.

이 전 대표는 “미국 언론에 광고까지 해야만 경기 도민의 삶이 좋아지는가. 그건 좀 과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사직 사퇴 자체는 개인의 양심 문제지만 분명한 것은 도정을 뛰어넘는 개인 홍보에 세금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지사직 사퇴가 필요하냐는 질문엔 “선관위원장이 모처럼 말씀을 꺼내셨으니까 그 차원에서 정리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직접 언급을 피했다. 이 전 대표의 이런 반응에 대해 전날 네거티브 휴전 합의를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일 이 지사가 전격적으로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자 이 전 대표도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네거티브 중단에 합의하고도 또다시 지사직 사퇴 문제를 우회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건 사실상 합의를 위반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지사 측은 이 전 대표 측의 경선 결과 불복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앞서 이낙연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을 장담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다른 후보인 김두관 의원도 경선 불복 논란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과거 노무현 후보 사퇴를 주장하던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이 생각난다”며 “정말 민주당 당원이라면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말”이라고 일갈했다.

두 후보 간 공방이 다시 확전될 기미를 보이자 당 지도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상민 민주당 선관위원장은 이날 후보 간 네거티브 중단 선언 이행을 촉구하면서 “도를 넘은 후보, 캠프의 네거티브에 대해선 규정보다 강도 높은 제재를 마련해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이 전 대표와 만찬을 하고 대선 경선 관리 및 당 운영과 관련한 이 전 대표의 의견을 들었다. 민주당 내에서 송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이 지사에게 우호적이라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송 대표는 이낙연·정세균 두 후보가 요구한 당내 검증단 설치 요구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 6일 “송 대표가 후보들의 검증단 설치 요구를 거부한 건 명백한 불공정 경선 획책”이라고 비난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