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값 10년 만에 '최고'

입력 2021-08-09 18:02
수정 2021-08-10 01:49
알루미늄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2011년 이후 가장 비싼 t당 2600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중국 윈난성 가뭄으로 생산 제약까지 커져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지난주 알루미늄 가격은 t당 2615달러(종가 기준) 선까지 뛰어 올 2월 1일 대비 31.8% 급등했다. 지난 2일 t당 2615.8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알루미늄 가격이 t당 2600달러 선을 넘은 것은 201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올 2월 1일(1969달러) 바닥을 찍은 뒤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알루미늄 생산업체 주가도 상승했다. 올해 초 주당 23.25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알코아 주가는 이달 6일 73% 오른 40.71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코아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다.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인 노르스크하이드로 주가도 올 들어 47% 상승했다.

지난 수년간 알루미늄 가격은 t당 2000달러 초반대를 유지했다. 중국 생산업체들이 알루미늄 광산을 확대해 공급량을 꾸준히 늘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콜린 해밀턴 BMO 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올해 수요 증가가 역사상 가장 클 것”이라며 “2010년 수요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재는 물론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알루미늄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 맥주의 74%가 알루미늄 소재 용기에 담겨 판매된다.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이 컸던 식당 등의 영업이 완전히 재개되면 알루미늄 소비가 더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 항공·우주산업 등에서도 알루미늄은 폭넓게 활용된다. 일부 프리미엄 전기자동차의 배터리팩 생산에도 쓰인다. BMO는 올해 세계 알루미늄 소비량이 작년보다 8.5% 늘어 682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윈난성을 덮친 가뭄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물 부족으로 수력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이 어려워지자 윈난성 정부는 이 지역 알루미늄 제련소 등에 전기 사용량을 줄이라고 통보했다. 윈난성은 2020~2023년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지역이다. 이 지역 공급이 줄면 세계 알루미늄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