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대선주자들, 노동정책이 안 보인다

입력 2021-08-09 17:25
수정 2021-08-10 01:27
노동시장만큼 바라보는 입장이 크게 갈리는 분야가 우리나라에 몇이나 있을까. 경영자와 근로자의 각 입장은 그 차이가 크기도 하지만 걸린 문제의 중요성 때문에 종종 격렬한 갈등을 일으킨다. 이 갈등을 잘 풀어내지 않고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의 노동 환경을 국제 비교를 통해 짚어 보자. 경영자 시각의 국제 비교로 대표적인 자료에는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는 기업 경영자들로부터 수집한 설문조사를 비중 있게 사용해 12개 분야, 103개 항목을 통해 ‘기업 하기 좋은 나라’에 대한 판단 근거를 제공한다.

12개 분야 중 한국의 순위가 꾸준히 낮은 분야 중 하나가 ‘노동시장’이다(2019년 기준 141개국 중 51위). 특히 ‘노동시장’ 하위의 ‘시장의 유연성’ 항목 중에는 100위 밖이 3개나 된다. ‘노사 간 협력’(130위), ‘부가적인 해고 비용’(116위), ‘고용 및 해고 관행’(102위)이다. 전체 103개 항목에서 2019년 한국이 100위 밖에 있는 것이 4개에 불과했는데, 그중 3개가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데서 나온 것이다.

‘부가적인 해고 비용’은 설문조사가 아니라 계산된 결과로서, 경영자가 근로자 해고에 앞서 일정 기간 전에 이를 알려줘야 하는 법규 때문에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추가 임금과 해고 시 퇴직금을 합친 것이다. 한국은 이 비용이 27.4주 치 급여에 해당한다. 경영자가 해고를 결정할 때 평균적으로 반년 치 임금 이상이 소요될 것을 예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1위인 싱가포르는 3주 치 급여가 필요하고, 일본도 4.3주 치에 불과하다.

근로자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이 규제상 얼마나 용이한지에 대한 ‘고용 및 해고 관행’을 ‘부가적인 해고 비용’과 합쳐 생각해 보면, 한마디로 한국은 해고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게다가 협조가 안 되는 노사관계까지, 우리나라의 경영자가 기업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핵심 문제가 노동시장에 있다는 것이 명확하다.

근로자 시각의 국제 비교로 대표적인 자료에는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이 역시 매년 발표하는 세계노동자권리지수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는 163개국 노동조합에 보내진 설문조사를 통해 5개 분야, 97개 항목에 대해 노동자 권리 침해 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하기 좋은 나라’ 정도를 평가해 5개 등급으로 국가를 나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처음 지수가 발표된 이후 올해까지 꾸준히 최하인 5등급을 받고 있다. 5등급은 법규상 권리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나 근로자들이 실효성 있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의미라고 보고서에 설명돼 있다.

현 정권에서도 최악의 등급이 지속되는 것이 의아할 수 있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근거에 따르면, 노조 입장에서 볼 때 해결되지 않은 법률상 미비점 때문에 5등급이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미비점이란 노동 3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분야에 걸쳐 20개나 된다.

물론 이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응답 결과이기 때문에 두 노조의 시각이 노동시장 전체 근로자의 문제를 대변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노조가 기업 경영에 협력적 파트너가 되는 것을 단기에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기업하기도, 노동하기도 나쁜 나라다. 현실적으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노동자의 법적 권리는 증진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노동자권리지수 1등급인 국가에서는 법률상 미비점이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다. 미국이 4등급이긴 하지만, 4~5등급 국가 중 선진국은 거의 없다.

또한 경영자로서는 해고가 너무 어렵지 않아야 고용을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절실하다. 대선 정국이다. 노동시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나라의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정책 방향에 대해 식견을 밝혀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