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에 ‘대어’가 쏟아지면서 증권사들이 이달에만 총 550억여원의 수수료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수 외국계 증권사가 여러 기업의 주관을 동시에 맡아 압도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증권사들이 카카오뱅크, HK이노엔, 크래프톤, 롯데렌탈 등 4개 기업으로부터 받은 주관 수수료 수익은 549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인센티브까지 더하면 총수수료는 88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IPO 수수료의 세 배에 이르는 규모다.
증권사 중에는 크레디트스위스(CS)의 수수료 수익이 11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두 건을 주관한 덕분에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추가 인센티브까지 받는다면 CS는 이달에만 150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인수단으로 39억원을 챙겼고 HK이노엔(27억원)과 롯데렌탈(18억원)을 주관하면서 총 83억원을 받았다. KB증권은 카카오뱅크(57억원)와 롯데렌탈(11억원)로 68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밖에 JP모간(59억원), 미래에셋(55억원), NH투자증권(49억원) 등도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확보했다.
기업별로는 공모 규모가 가장 큰 크래프톤이 215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수료를 지급했다. 다만 수수료율은 0.5%로 가장 낮았다. 크래프톤은 실적과 기여도에 따라 공모 금액의 0.5%에 해당하는 금액 범위 내에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인센티브를 모두 지급한다면 총수수료는 431억원으로 삼성생명(488억원)에 이어 두 번째 규모가 된다.
증권사들은 발행사로부터 받는 주관 수수료 외에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받는 수수료 수입도 적지 않다. 카카오뱅크 청약 당시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에 약 9만 명이 몰리면서 청약 수수료로만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 등 대어들이 남아 있어 증권사의 IPO 주관 수익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