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찰, 해운대 외국인 폭행 논란에 "양쪽 모두 취해 시비"

입력 2021-08-09 17:27
수정 2021-08-09 18:15

한 시민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산책로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한 외국인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제 해운대에서 노마스크 파티 외국인들에게 폭행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8일 오후 10시 30분께 지인 2명과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해운대 해수욕장의 한 호텔 뒤 해변 산책로에서 20여 명의 외국인이 큼지막한 스피커를 어깨에 올려놓고 노래를 크게 틀고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몇몇은 술도 마시며 춤도 추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적었다.

이어 "그 외국인 무리에 '스탑! 디스 이즈 코로나 타임!'이라고 외치자 바로 무리 중 한 명이 제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고, 저를 밀치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경찰이 도착했고 이것저것 수사를 하는 듯했으나 조금 뒤 외국인들이 하나둘 슬며시 도망가 세네 명만 남아있었다"라며 "적극적으로 저를 밀친 흑인마저도 자리를 뜬 상황이었다. 경찰은 피해자인 저만 '진술서 작성을 위해 동행하자'고 했다"라며 경찰 측이 가해자의 도주를 방조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A 씨는 "외국인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보낸 경찰이 원망스러워 '왜 외국인들과 같이 조사를 받지 않고 나만 경찰서에 가는 것이냐. 외국인 조사가 허술한 게 아니냐'고 항의를 했다"고 했다.

A 씨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한 누리꾼의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댓글 작성자 B 씨는 "너무 공감돼 로그인했다. 해운대 근처에 사는데 동백섬 돌며 자주 산책한다"며 "7월 중순부터 20시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닌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청에 외국인 방역 위반을 신고했지만 답변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내용뿐이었다"며 "우리나라 땅에서 방역수칙을 꼬박꼬박 지키는 주민들을 기만하는 행동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측은 A 씨의 진술이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A 씨와 외국인들 모두 주취 상태였으며, 상호 시비 하에 발생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영상을 직접 본 결과 당시 양쪽 다 술에 취해 상호 시비가 된 것이고, 오히려 외국인의 옷이 찢어지는 상황까지 확인됐다"며 "다수 외국인과 시민들은 싸움을 말렸다"고 밝혔다. 또 "대다수 외국인들이 마스크는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관련자에 대해서는 해운대 경찰서 형사과에서 수사해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벌할 것"이라면서 "당시 신고 접수 후 30명이 넘는 인원이 출동했다"고 설명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