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 방침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차전지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한 주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SK그룹이 물적분할 후 상장시킬 회사가 한둘이 아닐 텐데 선례를 이렇게 만들면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믿고 투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분할을 놓고 LG화학 때와 마찬가지로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주주가치 제고에 소극적이다’는 평가가 많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9일 전날과 같은 24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일 물적분할 계획을 내놓은 뒤 이날까지 18.61% 떨어졌다.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를 믿고 투자했는데 배터리를 떼어내냐’는 내용이다. SK이노베이션이 선택한 기업 분할 방식은 물적분할이다. 물적분할은 특정 사업 부문을 신설 법인을 통해 떼어내되 기존 회사가 신설 회사 지분을 100% 갖는 형태다. 기존 주주들은 배터리 회사의 주식을 한 주도 받을 수 없다.
순자산을 기준으로 사업부별 가치를 평가해 기존 주주의 주식을 나누는 인적분할과는 다르다. 특히 인적분할은 성장성이 높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장사업 부문을 분할할 때는 적합하지 않다.
SK이노베이션 측도 주주 불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여러 사업 부문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던 자회사의 성장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자회사를 간접 보유한 데 따른 마이너스 효과다. 일명 ‘지주사 할인율’이다. 분할된 신설 법인이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지분율이 떨어진다. 여기에 지주사 할인에 따른 손해(지분 가치 희석)를 그대로 떠안는 것도 기존 주주들이다. 신설 법인의 기업가치가 높아져 지주사 할인율과 지분율 하락에 따른 손해를 메꿀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SK이노베이션의 항변에도 주가가 떨어진 이유다. 전자는 장밋빛 미래고, 후자는 눈앞에 놓인 악재기 때문이다.
물적분할 발표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도 주가 하락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이런 자금조달 방식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주주 달래기를 위한 방안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물적분할과 함께 내놓은 정관 변경 내용을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정관 제4조에 ‘이익의 배당은 금전·주식·기타의 재산으로 할 수 있다’고 새로운 항목을 추가했다. 배당 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일정 수 미만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겐 금전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도 추가했다. 예를 들어 SK이노베이션 10주당 SK 배터리회사 1주를 배당하고 9주 이하 보유 주주에게는 현금을 배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가능한 방식인 데다 인적분할의 효과를 주주들에게 줄 수 있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