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팬덤 문화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전 멤버인 크리스 우(본명 우이판)가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되면서 팬덤 문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CCDI)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크리스 우 사건은 팬덤 문화가 바로 잡혀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연예 산업의 가파른 성장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CDI는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크리스 우의 팬클럽 1300곳을 폐쇄하고, 관련된 계정 4000개를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그를 언급한 15만 개에 달하는 게시물도 '유해하다'며 삭제했다.
소셜미디어도 적극적인 연예인 팬덤 단속에 나섰다. 중국판 틱톡으로 불리는 더우인은 지난 6월 이후 연예인 팬들이 만든 게시물 240만 건과 8000개의 동영상을 삭제했다.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경쟁사로 꼽히는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공유 앱 콰이쇼우도 6월 이후 100개 이상의 팬 계정을 차단했다.
연예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만이 적극적인 규제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CNN은 중국 정부가 오랫동안 청년들이 유명 연예인을 떠받드는 현상에 대해 불만을 품어왔다고 분석했다. 중국 규제 당국은 연예인 팬클럽은 재산이나 사치를 과시하도록 부추긴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군기 잡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와 사회 등 모든 면에서 공산당의 지배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시 주석이 정보기술(IT) 기업, 교육계에 이어 문화계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CNN은 전했다.
당국의 규제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디어 규제를 담당하는 중국 국가라디오텔레비전총부는 '연예인 숭배' 현상을 비판하며 "앞으로 한 달 동안 미디어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을 적극적으로 단속하겠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