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펀드 사기 사건인 ‘옵티머스 사태’ 수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은 1년2개월 동안 사건을 파헤쳤지만, 이 사태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 대부분을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검찰이 선제적으로 인지 수사한 ‘윗선’ 인사 관련 의혹 규명도 이뤄지지 않아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유경필)는 옵티머스자산운용 고문단으로 활동했던 이헌재 전 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을 지난 4일 무혐의 처분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옵티머스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뒤 금융감독원이나 금융회사 청탁 명목으로 고문료를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사기방조 혐의) 등을 받아왔다.
검찰은 채동욱 전 총장에 대해서는 피의자로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수사할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수사팀의 설명이다. 채 전 총장은 옵티머스 내부 문건인 이른바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옵티머스가 펀드 투자금을 빼돌려 추진한 ‘봉현물류단지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포함돼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 측은 “해당 문건엔 고문단 역할이 부풀려져 작성됐다”며 “고문단에게 옵티머스가 직·간접적 도움을 받았다고 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옵티머스 사태는 옵티머스운용이 지난해 6월 사모펀드 만기를 하루 앞두고 판매사들에 갑자기 환매 연기를 요청하면서 실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검찰은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로부터 고발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옵티머스는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을 속인 뒤 투자금 대부분을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 규모는 3000여 명으로 추산되며, 드러난 피해 액수만 1조3500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수사에 착수한 뒤 지금까지 일당 31명을 재판에 넘겼다. 펀드자금이 흘러들어간 곳에 대해선 4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동결 조치했다.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는 지난달 1심 법원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새로운 단서가 나오지 않는 이상 추가 수사를 벌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옵티머스 사태가 ‘정치권 게이트’로 더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다만 청와대 직원과 옵티머스 연루 의혹은 검찰이 규명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수사팀은 구속기소된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의 부인 이진아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옵티머스 관계사에도 이름을 올려 범행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옵티머스 사태 수사를 두고 “검찰 수사가 처음부터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18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 경영진을 수사의뢰한 사건을 맡아 수사를 진행했지만 이듬해 5월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수사팀은 “피해가 확산되기 전 진상 규명을 통해 이를 조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