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이마트, 브랜디….
네이버가 사업 파트너로 최근 선택한 기업들이다. 풀필먼트(물류 대행) 사업 확장과 신선식품 물류 연구 등을 통한 쇼핑 사업 확대를 위해서다. 네이버는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분을 섞거나 직접 투자를 했다. ‘네이버쇼핑 동맹’이란 수식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동맹의 다음 주자로 낙점한 곳이 ‘벤처1세대’ 기업 중 한 곳인 카페24다.
카페24로 스마트스토어 고도화카페24는 전자상거래 솔루션업계에서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포항공대(현 포스텍) 물리학과 출신인 이재석 대표(53)가 같은과 친구 우창균, 이창훈 이사와 함께 1999년 회사를 세웠다. 설립 초기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채팅 서비스 등 다양한 인터넷 사업을 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전자상거래 솔루션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후 카페24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과 함께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2000년대 100억원 안팎이던 매출은 2010년대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해 2473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엔 ‘테슬라 상장’ 국내 1호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당장 수익성은 미미해도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을 상장시켜주는 제도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팽창하고 있기에 앞으로 카페24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크다”며 “네이버 인수 제안에도 이재석 대표가 일부 지분만 내주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대 주주(7.78%)다. 1대 주주는 우 이사(10.73%)다. 네이버가 지분 20%를 인수할 경우 단박에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네이버는 카페24를 오랫동안 지켜봤다. 협력 시너지가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네이버는 2014년부터 카페24의 경쟁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해왔다. 쇼핑몰을 개설해주고, 결제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등 카페24와 비슷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두 플랫폼이 협력하게 되면 상호 고객 데이터를 교환해 서비스 고도화를 노릴 수 있다. 카페24의 이용 고객을 스마트스토어에 그대로 연동해 더 많은 판매자를 확보할 수도 있다. 카페24 이용자는 190만 명이고, 스마트스토어는 45만 명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페24는 경쟁자였지만 이제 협력관계로 돌아설 수 있게 됐다”며 “출혈 경쟁보다는 발전적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동남아·유럽 공략 엔진 역할네이버가 카페24가 절실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진출이다. 네이버쇼핑은 글로벌 진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일본에선 라인, 야후 등 네이버 계열사의 쇼핑 플랫폼에서 전자상거래를 시작할 계획이고, 스페인에선 올해 초 약 1500억원을 투자한 왈라팝을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부칼라팍, 캐러셀 등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네이버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현지 판매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스마트스토어를 같이 내놓을 계획이다. 연내 일본 스마트스토어 출시가 예정돼 있고, 스페인에도 스마트스토어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동남아,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스마트스토어 출시를 앞당길 수 있다. 네이버쇼핑에 카페24의 전략적 가치가 큰 이유다.
카페24는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판매자를 대상으로 전자상거래 솔루션 사업을 확장해왔다. 지금은 인도, 유럽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협력관계를 공고히 한다면 네이버가 이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카페24가 이미 구축해놓은 동남아는 물론 인도와 유럽시장까지 넘볼 수 있다.
카페24도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자사 솔루션 이용 고객이 네이버쇼핑이 앞으로 출시할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매우 좋은 기회를 잡게 됐다”고 평가했다.
구민기/김채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