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1t 트럭인 포터와 봉고가 주문해도 쉽게 받지 못하는 '귀한 몸'이 됐다. 전동화 모델(전기차)인 포터EV와 봉고EV 얘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포터는 지난달 8804대가 판매돼 그랜저를 밀어내고 현대차 내수 판매 1위 모델이 됐다. 포터EV가 인기가 하늘을 찌른 덕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포터EV는 지난달 1547대가 신규 등록됐다. 전년 동월 대비 394.2% 급증한 수치다.
올해 7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9962대에 달한다. 지난해 수입 전기차 1위였던 테슬라 모델3를 누른 것은 물론, 1만대 돌파도 눈 앞에 두고 있다. 현장에서는 차량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출고 대기 기간이 6개월을 넘어가는 탓이다.
기아 봉고EV의 상황도 비슷하다. 봉고EV는 지난달 933대가 판매되며 올 들어 총 6183대가 팔렸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확정이 늦어진 탓에 1월 판매량이 미미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월 평균 1000대 내외 팔린 셈이다. 다만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이 불안정하고 주문까지 몰리면서 봉고EV는 돈을 줘도 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출고 대기가 길어지는 데 대해 한 관계자는 "올 초에는 1400여대가 생산됐지만 5월에는 700여대까지 줄기도 했다. 주문은 이어지는데 반도체 공급난까지 겹쳐 출고 대기 기간을 산정하기 어렵다. 지금 주문한다면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포터EV와 봉고EV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크게 '전기차 보조금'과 '영업용 번호판' 두 가지가 꼽힌다.
전기화물차인 포터EV와 봉고EV는 전기승용차보다 많은 보조금을 받는다. 국고보조금만 따져도 전기승용차는 최대 800만원이지만 전기화물차는 2배인 16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서울시 기준 2400만원의 혜택이 주어진다. 두 차량 출시가가 4000만~42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차량 가격 절반이 할인되는 효과다.
보조금보다 큰 유인은 영업용 번호판이다. 2018년 정부가 영업용 번호판 총량제를 시행하면서 디젤 트럭은 번호판을 구해야 영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영업용 번호판 시세는 2500만원대로 알려졌다. 2000만원 가량 들여 차량을 사고도 그 이상의 비용을 들여야 영업용으로 쓸 수 있는 셈이다.
1.5t 미만 전기화물차는 이러한 영업용 번호판 총량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전기화물차 보급을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로 번호판을 무상으로 신규 발급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3월 전기화물차에 대한 영업용 번호판 신규발급을 금지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인센티브 제도는 내년 4월부턴 폐지된다.
인센티브 제도 폐지가 다가오고 출고 대기 기간은 길어지다 보니 중고 전기트럭 가격도 치솟았다. 포터EV 중고차 시세는 2000만원 후반대로 보조금을 받아 신차를 사는 것보다 많게는 1000만원이 더 들어간다. 그럼에도 트럭을 사고 추가로 2500만원대 비용을 들여 번호판을 매매하는 것보단 낫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용 번호판은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20년 가까이 지속됐다"며 "번호판 프리미엄이 3000만원을 넘기도 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주문해도 인센티브 폐지 전에 차량을 받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는 수요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