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올림픽 경기장 적막함 깬 'K팝'…한국 가수들도 놀랐다 [연계소문]

입력 2021-08-07 16:00


"원스와 블링크가 당신을 응원합니다"
"다음엔 어떤 춤을 출지 궁금해요!"
"언니 화이팅"

미국의 수영선수 시에라 슈미트(23)의 인스타그램에 K팝 팬들이 몰려들었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춤을 추며 몸을 푸는 슈미트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K팝 팬들이 헤드셋을 끼고 '무음 댄스'에 한창인 그의 춤사위가 트와이스 '치어 업(Cheer Up)', 블랙핑크 '마지막처럼' 안무를 소화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놀라우면서도 즐겁다"는 호응이 쏟아지자 슈미트는 스포티파이를 통해 직접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트와이스와 블랙핑크는 물론, 레드벨벳, 아이오아이, 여자친구, 에버글로우, 모모랜드까지 K팝 아티스트의 곡들이 리스트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슈미트는 평소 경기 전 긴장감을 줄이고, 자신감은 높이기 위해 K팝을 들으며 춤을 춰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쉽게 도쿄올림픽에는 최종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그가 어떤 곡으로 몸을 풀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될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K팝이 2020 도쿄올림픽의 '숨은 재미'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양궁 3관왕을 달성한 안산(20·광주여대)은 경기복에 마마무의 응원봉인 '무봉' 배지를 단 것이 포착돼 이목을 끌었다. 이후 마마무를 비롯해 우주소녀, 루시 등에 대한 팬심을 아낌없이 드러낸 그는 SNS를 통해 아티스트들과 직접 응원을 주고받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도쿄올림픽 기간 중 선수들과 K팝 아티스트 간 '온라인 교류'는 릴레이 식으로 이어졌다.

탁구선수 신유빈과 방탄소년단 뷔, 역도선수 함은지와 더보이즈 선우, 수영선수 황선우와 ITZY 예지·블랙핑크 제니, 체조선수 여서정과 박지훈, 역도선수 김수현과 래퍼 창모 등이 서로를 향해 응원과 축하, 격려,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며 체육·대중문화계 사이 '화합'의 의미를 되새겼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관중으로 진행된 도쿄올림픽 경기장의 적막함을 깨고 흘러나온 K팝이었다. 긴장감 넘치는 경기 중간 방탄소년단, 샤이니, 엑소, 트와이스, 블랙핑크, 위너, 세븐틴, 오마이걸, NCT127, ITZY,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스테이씨 등 여러 그룹의 노래가 나와 K팝 팬들을 열광케 했다.

가수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오마이걸 지호는 SNS 라이브를 통해 여자 배구 한일전에서 '던 던 댄스'가 나온 것을 언급하며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고 있었는데 '던 던 댄스'가 나오더라.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너무 영광이었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에이티즈의 곡이 경기장에 울려퍼진 뒤에는 트위터에서 '#OLYMPICS_LOVES_ATEEZ'가 월드와이드 트렌드 순위권에 깜짝 진입하기도 했다.

종목에 관계없이 빈번하게 K팝을 들을 수 있었다. 한일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로 파워풀하고 신나는 위주의 곡들이 선정돼 선수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힘을 북돋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세계 무대인 올림픽에서 K팝이 다채롭게 선택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영향력이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과거 일본, 중국 및 동남아시아에서 주류를 이뤘던 K팝의 인기는 현재 미국, 유럽 등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전 세계 트위터에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발생된 K팝 관련 트윗은 무려 75억 건에 달한다. 트윗량이 가장 많았던 국가는 인도네시아였고, 이어 필리핀, 태국, 한국, 미국 순이었다. TOP20에는 브라질, 일본, 인도, 영국, 프랑스, 캐나다, 싱가포르 등이 포함, 아시아부터 북남미 및 유럽까지 세계 각국에서 K팝에 열띤 지지를 보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국은행이 '2020년 중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를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는 연간 1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초 흑자다. 특히 음악·영상수지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음악·영상 저작권 수출 증가로 1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플랫폼의 이용 증가와 함께 K팝 등 국내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면서 이뤄낸 결과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수치적인 걸로도 급성장한 K팝의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지만, 세계인들이 즐기는 올림픽 무대에서 다채롭게 많은 곡들이 활용됐다는 점은 더욱 뜻깊다. 코로나19로 해외 팬들과 오랫동안 못 만나면서 아티스트들도 크게 불안해하고 고민하는 시기인데 K팝이 다양한 나라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걸 몸소 체감하게 해주는, 보람차고 의미 있는 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