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말에 여론 갈라졌지만…연합훈련, 예정대로 시행 전망

입력 2021-08-06 15:36
수정 2021-08-06 15:39

군이 북한과 국내 정치권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당초 예정된 오는 16일 시작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직후 범여권 의원 74명이 훈련 취소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기까지 했지만 훈련 실시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를 이유로 이미 축소해 준비하던 훈련 규모를 더 축소할 가능성은 남아있어 군 훈련이 대북 협상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합동훈련은 시행돼야 한다”며 “이것은 방어적 훈련이고 북한을 설득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야외의 대규모 기동 병력이 동원되지 않는 연합 지휘소 훈련이자 전시작전통제권 회수를 위해 불가피한 절차”라고 덧붙였다.

복수의 군 소식통도 “현재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훈련 연기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한·미 군 당국은 오는 10일 사전 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를 시작으로 16~26일 본 훈련인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강한 반발에도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시행되는 것은 훈련을 취소할 수는 없다는 미국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훈련은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달 취임한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연합훈련인데다가 통상 상당수의 주한미군 장병들이 1~2년 안팎의 짧은 기간 동안만 한국에 체류하는 만큼 훈련을 통해 연합방위 태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강조됐을 전망이다.

지난 3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도 훈련 강행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도 이날 훈련 시행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미 간 신뢰를 위해서도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다만 훈련 규모의 추가 축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미는 연합훈련을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이미 예년에 비해 참여 인원을 축소해 준비해왔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에 일부 훈련을 축소하거나 생략하는 방향으로 규모를 더 줄이는 방안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군 당국은 아직까지도 훈련 일정이나 규모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3월 진행된 전반기 훈련 때도 훈련 실시 여부에 대해서도 함구하다 본 훈련 전날 발표한 바 있다. 김여정이 지난 1일 “우리는 합동 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적이 없다”며 훈련 축소는 의미가 없고 취소해야만 한다고 압박한 가운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연합훈련의 규모에 따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면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미 외교 당국은 지난 6월 워킹그룹 폐지 후 처음으로 국장급 대화를 갖고 대북 인도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국장급 대화에는 통일부도 한국 측 일원으로 참석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공동 추진 과제 뿐 아니라 남북이 독자적으로 협력할 과제들도 점검했다”며 정부의 독자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했음을 시사했다. 통일부는 현재 민간 단체들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사업에 약 1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