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김치의 중국어 번역·표기를 '파오차이'(泡菜) 에서 '신치'(辛奇)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대 김병기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김치'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고유명사"라고 주장했다.
김 명예교수의 청원에 따르면 "김치는 많은 외국, 특히 중국 사람들도 거의 다 아는 명사"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김치를 대신해 신치를 제정한 것은 자칫 한국이 김치라는 말을 포기하고 신조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치에 새 이름을 붙이면 중국 외에 다른 외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미 김치를 알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혼란을 주고, 김치를 홍보하는 데 사용하는 용어의 일관성 결여로 홍보 효과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명예교수는 "한국의 고유명사를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쓰고 읽을 것인지는 완전히 그들의 문제"라면서 "(중국이) 코카콜라를 '커커우커러'(可口可樂)라고 쓰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문자 생활을 위해 고안한 것이지, 미국이 나서서 지어준 게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나서서 김치라는 고유명사와 고유 발음을 버리면서까지 신치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스스로 버리는 어리석은 처사이자, 망국적인 신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김 명예교수는 "우리가 신치라는 용어를 철회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중국인들은 '한국에는 신치가 있으니까 김치는 중국의 고유 음식"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며 "고유명사 포기로 한반도 전체를 자신들의 소수민족으로 치부하려 드는 중국의 계략에 절대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며 글을 맺었다.
한편, 이 청원 글은 6일 오전 11시 기준 9천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