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이다영 선수가 없으면 올림픽 전패 피할 수 없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이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25)의 공백으로 인해 제기된 일각의 우려를 완벽히 '스파이크'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재영, 이다영 복귀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청원인 A 씨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주전 선수였던 이재영 선수와 이다영 선수가 국가대표 자격정지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는 두 선수의 학교폭력 때문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돼 전 국민의 이슈가 된 바 있다. 배구협회와 연맹은 두 선수가 배구를 다시는 할 수 없도록 했고, 모두가 정의가 실현됐다고 칭송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그 결과는 국가대표의 전력 약화로 이어졌다. 오늘 도쿄올림픽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배구 대표팀은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1세트는 11대 25로 완패했고, 2세트는 22대 25로 아쉽게 석패했다. 3세트는 잘 따라가다가 19대 25로 패배했다"며 "3세트도 만약 이재영 선수와 이다영 선수가 있었다면 리드를 유지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A 씨는 "그 누가 보더라도 이러한 경기력은 주전 선수였던 이재영 선수와 이다영 선수의 공백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며 "이래도 가다간 올림픽 전패, 배구 인기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큰 망신을 당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배구 인기 유지를 위해서는 국가대표 성적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며, 국가대표 경기력 유지를 위해 핵심 선수였던 이재영 선수와 이다영 선수의 복귀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재영 선수와 이다영 선수가 복귀를 못 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같은 학폭 가해자인 B 선수는 코트에 복귀했고 C 선수는 군대에 갔다 온 뒤 복귀한다고 한다"며 "야구, 농구, 축구에서는 학폭 의심을 받은 선수들이 오히려 피해자를 고소하며 진실 공방에 들어갔고, 시간이 지나자 이들은 국민의 관심에서 잊혀 여전히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반면 학폭 사실을 순순히 인정한 두 선수는 사실상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며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법정 공방에 들어가면 리그에서 뛸 수 있는 것이었나. 이게 공정이고 이게 정의인가"라고 반문했다.
끝으로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복귀는 국가대표 경기력을 위해 필요하다"며 "배구팬들과 국민들은 다시는 도쿄올림픽의 경기력을 보고싶지 않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청원과 달리 배구계에서는 "여자배구 대표팀이 쌍둥이 자매 없이도 2012 런던올림픽에 이어 2020 도쿄올림픽까지 9년 만에 '4강 신화'를 이룩해냈다"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6일 오후 9시에 진행될 예정인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리하면 1976 몬트리올 동메달 이후 한국 여자배구의 올림픽 역사상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8강전 강호 터키를 꺾은 대목은 국내외 배구팬들의 극찬을 받았다.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의 노련함을 중심으로 한국 대표팀이 견고한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배구종목 국제기구 국제배구연맹(FIVB)은 최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선수의 사진을 게시하며 "우리는 끊임 없이 말해왔다. 김연경 선수는 세계에서 10억명 중 1명으로 나올까 하는 선수라고"라고 호평했다.
일본 네티즌들도 한국 배구팀 4강 진출 소식에 "설마 준결승에 진출할 줄이야. 일본을 이기고 완전히 기세가 올랐구나", "한국은 왕따 자매를 배제하고 김연경을 비롯한 경험 있는 노장으로 팀을 굳히는 작전이 대성공했다는 느낌", "쌍둥이 있었더라면 분위기가 더 안 좋았을까. 자매가 직전에 대표 탈락해서 전력 저하가 됐는데도 이 결과니까 놀랍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재영과 이다영은 지난 2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학폭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해당 글에는 '칼로 위협했다', '부모님 욕을 했다', '강제로 돈을 걷었다'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