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가 뉴욕 증시에서 이틀 만에 90% 가까이 폭등했다.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가 최근 로빈후드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에 개인 투자자들까지 매수에 가세하면서 주가가 뛰었다. 미국에서는 로빈후드가 게임스톱과 AMC엔터테인먼트에 이어 ‘밈(meme) 주식’이 돼 버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로빈후드는 50.41% 오른 70.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80% 넘게 급등하는 등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수차례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상장한 로빈후드는 공모가로 희망 범위 최하단인 38달러를 책정받은 데다 개장 첫날부터 8% 이상 하락해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지난 3일 24.2% 급등하는 등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뛰면서 나흘 만에 상장 첫날 종가(34.82달러)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 같은 주가 급등은 아크인베스트가 자사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로빈후드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아크인베스트 설립자인 우드는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돈나무’로 친숙하게 불릴 만큼 따르는 투자자가 많다. 아크인베스트가 운용하는 ‘ARK 핀테크 이노베이션 ETF’(ARKF)는 전날 로빈후드 주식 8만9622주를 매입했다. 이는 3일 로빈후드 종가(46.80달러) 기준 420만달러어치에 달한다. 아크인베스트가 이외에 ETF를 통해서도 지난주부터 사들인 로빈후드 주식은 300만 주가 넘는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로빈후드 주식은 총 1억7200만주가 거래됐는데, 이는 상장 후 평균 거래량의 다섯 배가 넘는다. 나스닥에서 2달러 이상으로 거래되는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손바뀜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드의 유명세에 개미들까지 적극적으로 매집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초 게임스톱 사태를 촉발했던 레딧의 유명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WSB)에서 하루 종일 ‘HOOD’(로빈후드 티커) 언급량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놀이처럼 투자되며 유행하는 주식을 ‘밈 주식’이라고 일컫는다. 철저한 기업 분석에 따른 투자가 아니라 단타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종목이 대상이 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