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처리시설을 인수하더라도 폐기물처리업 허가에 따른 처리 의무까지 자동으로 승계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가 전북 완주군수를 상대로 낸 방치폐기물처리명령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화장지 제조·판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7년 5월 폐기물처리업체 B사의 파쇄·분쇄시설을 경매로 사들였다. 당시 B사는 완주군으로부터 “사업장에 쌓인 약 5000t 분량의 폐기물을 처리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따라 완주군은 A씨에게 “B사의 폐기물처리시설을 인수한 결과 권리·의무도 승계했다”며 “B사가 방치한 폐기물을 처리하라”고 명령했다. 폐기물관리법 33조 2항에는 ‘폐기물 처리업자로부터 시설을 인수하면 신고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A씨는 “경매 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B사의 폐기물처리업 허가가 취소됐기 때문에 권리·의무 승계 대상이 없다”며 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B사가 부담하던 폐기물처리 의무까지 승계해 사업장에 있는 폐기물을 처리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대법원은 “폐기물관리법상 시설 인수에 따른 사업상 권리·의무의 승계는 A씨가 승계 사실을 신고하고, 관청이 이를 허가할 때 이뤄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권리·의무 승계 신고를 하지 않았고 실제로는 폐기물 처리와 무관한 화장지 제조업을 하고 있다”며 “시설 인수와 관계없이 폐기물처리 의무가 없고, A씨 회사는 방치폐기물처리명령 대상이 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