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재명 사생결단 싸우는 이유는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8-04 09:16
수정 2021-08-04 09:19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간 사생결단식 싸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싸움의 양상을 보면 당이 아무리 ‘원팀’을 외쳐도 승부가 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고, 그 이후에도 후유증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07년 대선 당시 이와 비슷한 갈등을 겪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명박-박근혜 후보 간 사례를 보는 것 같다.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는 이 후보의 BBK·도곡동 땅 의혹 등을 놓고 내전을 방불케 하는 싸움을 벌였다. 친이-친박계 간 후유증은 집권 뒤에도 10여년 간 이어져 계파 다툼의 상징처럼 됐다.

이낙연-이재명 갈등 소재는 다양하다. 이 지사의 여배우 의혹과 관련한 ‘바지’ 논쟁,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지역주의, 조선시대 예송논쟁(현종 때 인조의 계비의 상례 문제를 둘러싸고 남인과 서인이 두 차례에 걸쳐 대립한 사건)을 방불케 하는 적자·서자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여부, 문심(문재인 대통령 마음) 등을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최근엔 ‘소칼·닭칼’, 이 지사의 음주운전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선거에서 라이벌끼리 공격하고, 방어하고, 때론 인신성 공방까지 주고 받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다. 다른 선거도 아닌 대선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전 대표와 이 지사가 벌이는 공방은 이전의 다른 여당 경선 비교해도 그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왜 그럴까. 양 캠프 모두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양립할 수 없는 전략이 맞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둘 다 절박하다. 선두인 이 지사는 지지율 정체 현상을 겪고 있고, 이 전 대표는 쫓아가고 있다. 민주당 경선은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쫓는 이 전 대표로선 이참에 확실히 따라붙어 이 지사의 독주 체제를 무너뜨리고 역전 발판을 마련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를 찾기 힘들다. 이 전 대표 캠프 관계자가 “이런 저런 것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고 한 것은 절박감을 나타내준다.

쫓기는 이 지사로서도 다급하다. 이 지사는 6월 시작된 민주당 예비경선 때 이미 지지율 1위의 함정에 빠졌다. 이 지사 캠프의 한 민주당 의원은 “다른 대선 주자들이 1위 주자만을 집중적으로 협공하는 바람에 지지율이 주춤거렸다”며 “본 경선에 들어와서도 온통 이 지사를 겨냥하는 현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총력 방어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전 경기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놓고 타 주자들은 이 지사를 맹공격하고 있다.

이 지사를 돕는 민주당 의원은 “대선 예비 경선 때 이 지사는 다른 주자들의 집중 견제에도 특유의 강경 대응을 삼갔다”며 “이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이다’ 이미지는 통렬하고 시원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덕목인 안정감을 주는 데는 마이너스 효과가 있는 만큼 그랬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김 빠진 사이다’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들었고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캠프의 분석이다. 그래서 이 전 대표 측이 더 적극적으로 공격과 방어에 나서면서 연일 이 전 대표 측과 부딪히고 있다.

양 캠프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은 승부가 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경선 뒤 후유증을 어떻게 잘 수습하느냐에 달렸다. 승자가 패자가 화합하지 못한다면 대선 본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는 사실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사례가 있다. 그래서 당에선 연인 ‘원팀’을 강조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로 봐선 이 전 대표와 이 지사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홍영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