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F&F가 국내 사모펀드와 손잡고 뛰어든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 걸림돌이 발생했다. 레노마, 올포유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한성에프아이가 4일 테일러메이드 글로벌과 어패럴(의류) 부문의 국내 판권 10년 장기계약 내용을 전격 공개해서다. F&F로선 급성장하는 국내 골프 패션을 염두에 두고 인수합병(M&A)에 참여한 터라 ‘앙꼬 없는 찐빵’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발 앞서 국내 판권 확보한 한성FI
한성에프아이는 이날 테일러메이드 글로벌과 골프웨어의 국내 사업을 위한 10년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한성에프아이는 작년까지 캘러웨이 국내 판권을 8년간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는 스포츠 패션 특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2171억원에 영업이익 368억원을 기록했다.
한성에프아이 측은 캘러웨이와의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지난해부터 테일러메이드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패션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베팅’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테일러메이드 글로벌이 경영권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한성에프아이가 의류 라이선스를 가져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골프장을 찾는 내장객이 급장하고, ‘골린이(골프+어린이)’ 열풍까지 불면서 골프 의류산업은 갈수록 성장 중이다. 지난해 수도권 주요 22개 백화점 골프웨어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특히 PXG, 타이틀리스트 등 장비 업체에서 파생한 의류 브랜드의 인기가 높다. PXG만 해도 백화점 점포당 평균 15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성에프아이 관계자는 “테일러메이드 어패럴의 브랜드 파워와 상품력, 디자인 등을 강조하기 위해 티저 영상 광고를 이미 시작했다”며 “무더운 한여름에도 착용감이 좋아 론칭 초반부터 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성에프아이는 인기 여성 골퍼인 유현주 프로와 스폰서십을 맺고 테일러메이드 어패럴의 다양한 상품을 공개했다. F&F “美 등 해외시장 진출할 것”
10년 장기 권한의 국내 판권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자체브랜드 확보를 통한 ‘패션 독립’을 추구하려던 F&F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F&F는 디스커버리, MLB 등 해외 패션 브랜드의 판권을 가져와 대박을 터뜨린 기업이다. 중국에서 MLB로 성공(올 1분기 매출 495억원)하면서 수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F&F는 1990년대 후반 엘르, 레노마스포츠 등을 통해 골프 패션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한 경험이 있다.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테일러메이드에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전의 실패 경험을 만회하려는 김창수 F&F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한성에프아이라는 복병으로 인해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F&F 관계자는 “국내 판권이 없더라도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의류 판매를 전개할 것”이라며 “국내 판권에 대해서도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F&F는 국내 골프 의류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의 골프 의류 및 장비 판매까지 염두에 두고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입장이다.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는 F&F와 정상적으로 계약이 마무리된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한성에프아이와 테일러메이드의 라이선스 계약은 이미 시장에 알려져 있어 이번 계약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배정철/박동휘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