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국민의힘 의원들이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6주년인 오늘(4일), 문재인 정부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에 "김정은 남매 비위 맞추기나 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합동참모본부 차장 출신인 신원식 의원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6년의 소회' 제하 입장문을 내고 "오늘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6주년이 되는 날이다. 작년에는 북한 김여정의 하명(下命)에 헐레벌떡 '대북전단금지법'을 처리한 문재인 정부가 올해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김여정의 하교(下敎)에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이런 굴욕적인 상황을 보고 있자니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당시 대원들의 용기와 이후 우리 정부의 당당하고 결기 있던 대응이 생각난다"고 했다.
이어 "6년 전 오늘, 북한의 천인공노할 목함지뢰 도발에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즉각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전인 대북확성기 방송을 전면적으로 재개했다"며 "심리전 개시 열흘 뒤 북한은 포격 도발을 감행했지만 정부는 굴하지 않고 즉각 응사하며 강력히 대응했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그 결과 6·25 전쟁 이후 최초로 북한으로부터 도발 행위에 대한 사죄를 받아냈다"며 "이것이 문재인 정권이 입이 닳도록 비난하고, 폄훼하기에 바쁜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낸 쾌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가. '희망이냐, 절망이냐를 선택하라'는 김여정의 주권 침해적 발언을 외면하며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아니, 북한 김정은의 심기가 틀어질까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새"라며 "주적(主敵) 수뇌부의 협박과 망언에 한마디 항의도 못한 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방어훈련마저도 눈치를 보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날 국회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이자 대권 주자인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직격했다. 하 의원은 "정보기관 수장이자 대북 공작 정책 총책인 국정원장이 대북 정책에 개입해 김정은 남매 비위나 맞추고 있다"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국정원이 안보는 소홀히 하고 밤의 통일부 장관 행세하는 그릇된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했다.
그는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김여정 하명 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다. 스파이 공작 총책이 김정은 남매에 아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정원은 정보부서이지 정책부서가 아니다. 정보기관이 왜 대북정책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냐"고 비난했다.
유승민 의원도 전날 "김여정이 언제부터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가 됐냐"며 "문재인 정권이 북한 김여정의 한미연합훈련 취소 요구에 대해 또 침묵하고 있다. 이것은 암묵적 동의냐"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여권 일각에서 또 한미연합훈련 연기론이 불거지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여정을 우리 국군의 통수권자로 모시고 있는지 묻는다"며 "지난 12월에는 정부 여당이 소위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리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밀어붙이더니, 지금 또다시 북한에게 아무 말 못 하고 저자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훈련을 안 하는 군은 군이 아니다"라며 "한미연합훈련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것도 책상에 앉아 컴퓨터 시뮬레이션만 할 게 아니라 실전 같은 훈련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 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라고 으름장을 놨다.
또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 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주시하겠다"라고 했다.
한편 박지원 국정원장은 지난 3일 오전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 회의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대화와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야당 일각에선 박 원장이 사실상 한미연합훈련 연기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