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메타버스 가상캠퍼스' 떴다

입력 2021-08-03 18:20
수정 2021-08-04 00:17

영남대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캠퍼스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신입생을 위해 조성한 가상캠퍼스가 메타버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남대 마인크래프트(마이크로소프트사의 메타버스게임) 서버팀 YUMC를 운영 중인 서승완 대표(동양철학 석사과정)와 학생들이다.

이들이 온라인 가상캠퍼스 운영을 시작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캠퍼스 생활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후배 신입생을 위해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였다. 서 대표는 “마인크래프트 내 가상공간에서 학생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 콘텐츠에 대한 학습과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한 전국 첫 메타버스 활용 사례다.

이들이 먼저 한 일은 온라인 가상캠퍼스 구축이다. 가상공간에 영남대의 랜드마크인 중앙도서관을 비롯해 인문관, 법정관 등 수업 공간과 학생회관, 노천강당 등을 만들었다. 온라인 캠퍼스를 실제와 흡사하게 구현한 데는 기획팀을 맡은 김현도 씨(컴퓨터공학)·박민지 씨(생화학), 건축팀 박관규 씨(가족주거학), 김서현 씨(자동차기계), 그래픽디자인팀 장선아·채시은 씨(시각디자인) 등의 역할이 컸다.

학생들은 구축된 캠퍼스에서 온라인 입학식, 생일파티, 인문학강연, 박물관 견학 등의 행사를 열었다. 행사 중에서 군대송별회가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 “가상캠퍼스 탐방은 학교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20·21학번 신입생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게 학내 구성원들의 평가다.

온라인 중앙도서관 열람실에는 400여 권의 가상책이 있다. 과제 경험담, 학교 주변 배달 맛집 등 학교 생활에 유용한 정보가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방송국에서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YUMC의 주요 구성원은 40~50명이지만 소문을 타고 회원이 293명으로 불어났다. YUMC는 대학교 기반의 가상공간 운영으로 메타버스 전문 연구자 사이에서 주목받아 지난달 LG전자 사내 교육프로그램 수료식의 메타버스 구축에 참여하는 기회도 얻었다. 서 대표 등 11명이 2개월간 가상공간에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본사와 LG전자의 교육기관인 미국 카네기멜론대의 캠퍼스 구축을 도왔다.

트윈타워 후방에는 백신접종 캠프를 설치하고, 비행기 기체를 모델링해 카네기멜론대 캠퍼스와 연결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구축된 메타버스 공간에서 모니터링, 기술제어, 서버관리를 하며 LG전자 사내 교육의 수료식을 2회 진행했다.

서 대표와 학생들은 행사 후 LG전자로부터 감사장과 함께 컴퓨터 11대를 증정받았다. 서 대표는 “민간 분야에서 메타버스 보급과 활성화를 선도하고 이를 활용한 교육과 경험,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메타버스 관련 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