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한식당 주인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채소와 가공식품 가격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올 들어 양념채소인 고추와 마늘 가격이 크게 뛴 데 이어 소금 고추장 떡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돼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한계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의 마늘 가격(2일 기준)은 전년 대비 50.5% 올랐고, 홍고추도 25.3% 값이 뛰었다. 이 식당 주인은 “기본 재료인 소금과 냉장떡류 등도 10% 가까이 올랐다”며 “이달 가격을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6% 오르며 9년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올 5월(2.6%)에 이어 또다시 최고치를 찍었다. 농축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에 기름값 인상으로 물류비까지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11.1%, 축산물 가격은 11.9% 올랐고 석유류는 19.7% 뛰었다.
원재료 비용을 반영하기 시작한 가공식품업체들의 릴레이 가격 인상이 현실화하면 높은 ‘밥상물가’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라면은 이미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달 오뚜기는 13년 만에 11.9%, 농심도 4년8개월 만에 6.8% 가격을 올렸다. 이달 들어서는 해태제과가 주요 5개 제품군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고, 원유(原乳)값 인상에 따른 유제품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물가 상승의 진원지인 농산물 가격 고공행진은 당분간 진정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농산물 가격 예측정보 시스템인 팜에어·한경의 농산물가격지수(KAPI)는 2일 기준 110.48을 기록했는데 8월 31일엔 131, 9월 30일엔 149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농축산물 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달걀 2억 개를 수입해 절반 이상을 대형마트에 풀 계획이다. 지난달 달걀 가격은 57.0% 뛰었다. 추석 선물 수요에 대비해 축산물 수입도 늘린다. 평년 대비 소고기는 10%, 돼지고기는 5% 수입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수입 검사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박한신/강진규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