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지게차 850만원, 1993년식 CNC선반 500만원, 산업용 드라이오븐 400만원, 강정볶음기 80만원, 깍두기절단기 220만원….’
3일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자산거래중개장터’에 나와 있는 중고 설비와 기계류 매물 목록 일부다. 최근 승계 어려움이나 경영 악화 등으로 중소·중견기업 매물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이처럼 관련 자산 매각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장터를 운영하는 공단 측에 따르면 이 장터에 나와 있는 중소기업 유휴설비 매물은 6월 말 기준 735개에 달했다.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작년 6월 말 601개에 비해 22%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기업과 달리 지방 중소기업의 경우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힘들자 차라리 휴업 및 폐업을 하고 자산을 팔아 정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한때 주요 공단을 누비고 다녔던 창업 기업인들이 기업 승계 또는 매각이 힘들어지자 하나둘 공장을 정리하고 설비를 내다파는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외국인 인력 구인난 등도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충북 음성에서 식품 관련 중고기계를 사고파는 홍병환 탑식품중고기계 대표는 “과거에 비해 매물이 훨씬 많다”며 “전국 각지의 물건을 사들이는데, 주로 대형 기계류 매물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공장 폐업도 늘었고 이 과정에서 정리 처분되는 게 많아서 그렇다”며 “물건을 사려는 수요는 주로 온라인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필요한 소형기계류”라고 덧붙였다.
한 회계법인 딜 담당 전무는 “경영학석사(MBA)까지 마친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싶어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시키는 사례도 있지만, 회사 생존의 핵심은 결국 일감을 따오는 ‘영업’”이라며 “영업 역량까지 갖춘 후계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부진, 구인난 등에 처한 창업자 중 상당수가 회사를 정리하는 수순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상은/김동현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