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전자' 회복한 삼성…"이제부터 대장株 시간"

입력 2021-08-03 17:25
수정 2021-08-11 15:54

27조원. 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의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이다. 반도체 특수로 어닝서프라이즈를 이어가고 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6개월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10만원대를 바라보던 올초 강세는 흔적도 없다. 최근에는 ‘7만전자’라는 오명까지 썼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하반기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와 신사업 부재라는 악재가 삼성전자 주가를 짓눌렀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물량을 묵묵히 받아내던 개인 투자자들의 인내심까지 바닥나려던 찰나, 삼성전자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8만전자’ 탈환3일 삼성전자는 2.65% 오른 8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5일 이후 13거래일 만에 다시 8만원대에 올라섰다. 외국인이 6260억원, 기관이 1307억원어치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개인은 792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지난 2일에 이어 이날도 주가가 반등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4분기 메모리반도체 시장 고점 우려’가 잦아들고 있다는 사인으로 해석했다. 지난 2월부터 삼성전자가 7만~8만원대에 갇혀 있던 것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늘어나고,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반영된 결과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서버업체 재고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공급사(반도체 제조사) 재고는 2018년 이후 3년 만의 최저치”라며 “2018년처럼 급격하게 공급이 증가하고 수요가 붕괴되는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는 과도하다는 분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SK하이닉스도 3.45% 상승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을 제치고 1위를 탈환하는 등 내놓는 실적에 비해 과매도 구간이 길어지면서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약간 옅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성장주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가 키 맞추기에 들어갔다는 시각도 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아마존 주가가 급락하는 등 빅테크 기업 주가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심사위도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남겨진 숙제, ‘플러스알파’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을 결정 지을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고점’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느냐 여부다. 지난 1일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멈출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이달 초 PC용 D램 현물 스팟 가격은 3분기 고정거래 가격보다 10% 하락했다. 주요 서버 업체의 재고 수준이 높아지면서 가격 협상 과정에서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대면 수요가 하반기에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위험 요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반기부터 과도한 우려가 잦아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D램 가격의 상승폭이 둔화되는 건 맞지만 2018년처럼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2018년의 학습효과 때문에 시장은 업황 추세를 확인받고 싶어한다”며 “견조한 가격 추세를 확인하면서 우려는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메모리 가격이 완만하게 연착륙하고 삼성전자의 하반기 분기 실적을 확인하면 주가도 계단식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변수는 반도체, 휴대폰 사업 외 ‘플러스알파’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삼성전자 매출은 수년째 200조원대를 맴돌고 있다. 올 2분기는 인텔을 앞질렀지만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 200억달러 이상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오는 9일 발표될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과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증설, 평택 3공장 준공 등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