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韓·美훈련 유연대응 필요"…野 "국정원, 김여정 하명기관이냐"

입력 2021-08-03 17:18
수정 2021-08-04 01:25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사진)이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한·미 연합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연기를 촉구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연합훈련에 대한 국정원장의 이례적인 입장 표명에 거세게 반발했다.

박 원장은 3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6·15 정상회담을 위한 접촉 때부터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은 북한 인권문제를,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이어 “북한은 지난 3년 동안 핵실험을 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발사하지 않았는데 미국이 아무런 상응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대북 제재 일부를 조정 또는 유예해서 북한의 의구심과 불신을 해소해줘야 대화로 유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훈련 취소를 압박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지난 1일 담화에 대해선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할 경우 남북 관계 상응 조치 의향을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원장은 이어 “북한은 한·미 간 협의 및 우리 대응을 예의주시하며 다음 행보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우리 정부가 향후 북·미 관계 재개를 위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 측면도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한 통신연락선 복원을 요청했다는 보고도 나왔다. 국정원은 “연락선 복원은 김정은이 요청했다”며 “북한이 지난 4월부터 남북 정상 간 두 차례 친서 교환을 통해 신뢰 회복과 관계 개선의 의지를 확인했고 판문점 선언 이행 여건을 탐색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다만 최근 거론되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선 “우리가 제안한 바가 없다”고 밝혔고, 판문점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재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연합훈련에 대한 박 원장의 입장 표명을 강력 비판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회의는) 김여정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다”며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이 사실상 김여정의 하명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는 이틀 연속 서로 다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개인 의견들은 있지만 의원총회를 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코로나도 확산되고 있고 남북 간 통신연락선 재개도 합의됐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감안해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지길 바란다”며 전날 자신의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이 밝힌 연합훈련 연기 주장에 사실상 동조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