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아이스박스로 가져가랍니다"…동네병원 '분통'

입력 2021-08-03 15:40
수정 2021-08-03 16:37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배송을 동네 병원에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의 청원이 등장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만큼, 운송 과정에서 관리 미흡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네병원한테 코로나 백신 배송까지 떠넘기다니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을 소아청소년고 의사라고 밝히고는 "첫 번째 백신 배송은 콜드체인 업체와 군인 대동 하에 배송됐다. 그런데 이번 주 백신은 보건소로 가지러 오라더라"고 적었다.

이어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병원들은 10바이알(약병)이 넘어 배송해주지만 그 미만이면 아이스백을 들고 가지러 오라고 했다"며 "동네병원이 콜드체인 업체도 아니고 이 더위에 아이스박스로 4도에서 8도로 유지가 잘 되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같은 건물에 있는 병원을 배송해주면서 같이 해줘야 맞는 거 아니냐"며 "10바이알은 군인이 지켜야하고, 9바이알은 군인이 안 지키고 잃어버려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침 진료도 못하고 한 시간 넘는 보건소를 가는 내내 제일 걱정인 건 온도유지가 잘 안될까 봐 조마조마한 점이다"고 했다.

청원인은 "질병관리청이나 보건소에서 해야 할 중요한 업무를 개인에게 위임하느냐. 동선을 짜서 배송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도 유지와 충격 보호가 필수인 코로나19 백신은 저온 유통인 '콜드 체인'을 유지할 수 있는 전문 업체를 통해 위탁의료기관으로 직접 배송한다. 하지만 코로나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최근 9바이알 이하 백신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이 직접 보건소에 방문해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8월 초 접종 물량 중 일부를 각 지자체로 일괄 배송해 위탁 의료기관이 직접 관할 보건소에서 수령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일선 의료현장에 혼란과 우려가 유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백신은 일정 수준의 저온 냉장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콜드체인' 유지가 필수적인 백신으로 반드시 일정 온도 유지를 위해 온도계, 냉매제 등의 장비를 갖추고 엄격한 관리하에 운송해야 한다"며 "만약 의료기관에서 사용불가 백신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환자에게 투여되기라도 한다면 접종자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신의 배송 관리는 국가에서, 접종은 의료기관에서'라는 각자 본연의 역할에 맞는 기본 원칙에 충실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