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내 집 마련했는데…싱크홀이 집을 삼켰어요"

입력 2021-08-02 19:18
수정 2021-08-02 19:32

11년 만에 처음으로 집을 샀는데 한순간 싱크홀(Sinkhole)로 떨어지게 된다면…상상조차 하기 싫은 암담한 상황이 영화 '싱크홀'을 통해 스크린에 펼쳐진다.

'땅 꺼짐'으로 일컬어지는 싱크홀은 자연과 도심 속 거대한 웅덩이를 만들어 내는 새로운 재난 중 하나다. 지하수가 주 발생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마철 집중호우 등으로 약해진 지반 혹은 개발사업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1년 평균 900건, 하루 평균 2.6건의 크고 작은 싱크홀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남 일이 아닌 우리 일인 것이다.

영화 '싱크홀'은 서울에 내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보통의 회사원 동원(김성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삿날 비 오면 잘 산다'는 속설처럼 장대비가 쏟아진 어느 날 동원은 생애 처음으로 매매한 빌라에 입주한다. 부푼 꿈도 잠시, 이사한지 2주 만에 순식간에 빌라 전체가 싱크홀로 떨어지게 된 것. 이사 첫날부터 티격태격하던 만수(차승원)와 동원의 집들이에 온 회사 동료들과 함께 싱크홀을 무사히 빠져나가기 위한 짠내나는 고군분투기가 그려진다.

차승원이 옆집 주민 '만수'로 분해 생활 밀착형 캐릭터를 선보였다. 전매특허인 위트 넘치는 연기는 물론 온몸을 던진 액션은 명불허전. 남다름이 사춘기 아들 승태로 분해 색다른 부자 케미를 선보였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은 김성균이 동원 역을 연기해 어렵게 얻은 내 집에서 탈출해야 하는 생계형 가장의 아이러니한 감정을 표현해 공감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상사 집들이에 왔다가 운도 없이 싱크홀에 떨어진 김대리 역은 신스틸러 이광수다. 억울함, 절박함을 교차하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극에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또 '킹덤'으로 눈도장을 받은 김혜준은 3개월 차 인턴사원 은주 역을 맡아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타워'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국형 재난 영화를 완성했다. 극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초대형 재난을 실감 나게 구현하는 것이었다. '명량', '더 테러 라이브'의 VFX(특수효과)를 맡은 서경훈 감독이 빌라 한 동이 통째로 떨어지는 장면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 보는 이에게 아찔함을 선사한다.

또 '응답하라 1988' 세트 팀이 참여해 20채의 빌라, 편의점 등 건물을 지어 대규모 풀 세트를 제작, 실제 장소로 착각할 만큼 사실적이라 눈길을 끌었다.
"이 집 사는 데 11년 걸렸는데 2주 만에 싱크홀에 빠지다니…"
2일 오후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김지훈 감독은 전작 '타워'와의 비교에 대해 "재난에 더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었다면 '싱크홀'은 인간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최초로 싱크홀을 소재로 선택한 것에 대해 "가보지 않은 곳이라 상상력이 더해지면 영화적 재미를 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면서 "500m 아래로 떨어진다고 설정한 이유는 구하기 힘들고 스스로 살기 힘든 공간을 생각하다 나온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백미는 배우들의 팀워크에 있었다. 누구 하나 낙오 없이 스토리에 찰싹 들러붙어 관객들의 몰입도를 배가 시킨다. 싱크홀 재난을 실감 나게 살리기 위해 배우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을 펼쳤고 감정의 교감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주연배우들 외에도 서국장 역의 김홍파, 구조대장에 고창석, 영이 역 권소현 등이 합을 맞췄다.

차승원은 영화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특별히 캐릭터를 준비하기보다 상황이 많이 만들어줬다"며 "함께 호흡한 배우들의 캐릭터가 잘 어우러져서 완성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아 얼굴에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고군분투 할 수밖에 없었던 현장"이라며 "이 정도 깊은 곳에 빠지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김 감독이 예시을 줘서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극중 짙은 부성애 연기를 선보인 김성균은 "아들 수찬 역을 연기한 배우가 우리 아이와 또래"라며 "함께 물 맞고 고생하고 안고 있다보니 아들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감정 몰입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귀띔했다.

이광수는 "소품과 의상, 분장 등 디테일하게 신경써주셨고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했지만 가벽을 많이 지어주셨다. 특별한 노력보다 서로를 마주하며 도움을 받아 촬영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남다름은 차승원과 진흙탕에 빠지는 신 관련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는 "깨끗한 물에 흙을 준비해주셔서 안심하고 촬영했다"며 "차승원 선배와 함께 연기를 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광수는 "몸을 전혀 사리지 않더라"라며 "현장서 다름이를 보며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거들었다.

김 감독은 "재난에 유머를 넣는 게 쉽지는 않았다. 배우들의 도움을 받았다"라며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 보다 이 재난 속에서 '원팀'으로 재미있게 빠져나가게 하도록 하는 것이 숙제였다. 배우들의 아이디어로 편히 연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승원은 "오랜시간 엄중하고 위험한 시기에 마음의 시련,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돈 많이 들어갔고 돈 들어간 티가 나는 영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성균은 "한여름 유쾌함과 기발함으로 위로가 되는 영화라 확신한다"고 했고 이광수는 "촬영할 때는 이렇게 힘든 시기가 올 줄 몰랐는데 저희 영화를 통해 좋은 기운을 받고 한 번이라도 웃고 감동받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싱크홀'은 오는 11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