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가르쳐달라" 몸 낮춘 윤석열…당내 광폭행보

입력 2021-08-02 17:51
수정 2021-08-03 01:53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내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초선의원 공부 모임에 참석한 데 이어 이준석 대표와 사무처 당직자, 보좌진을 만나 스킨십을 강화했다.

윤 전 총장은 2일 국회 본청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의 강연자로 나서 지난 한 달간 민생 탐방에서 느낀 점을 공유했다. 그는 여권에 대해 “핵심 세력은 카르텔로 뭉치고, 엷은 지지세력은 포퓰리즘으로 감싸안고, 국민이 아닌 집권을 위한 선거 전략을 일상 행정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민생을 세밀히 살피는 어머니 같은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권 도전에 나선 소회도 내비쳤다. 그는 “총장에서 퇴임할 때만 해도 이런(대권 도전)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 보면 불행한 일이고, 패가망신하는 길”이라고 털어놨다. 대선 과정에서 친인척 및 사생활 등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여성 할당제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엔 “우리 인식이 조금 더 바뀌어 나간다면 굳이 할당제 같은 것이 없어도 여성의 공정한 사회 참여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며 “페미니즘이라는 것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정권을 연장하는 데 악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성 할당제를 없애자’는 이 대표의 소신과 맥이 닿는 발언이다. 향후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선 “국가의 모든 정책의 타깃을 두텁고 탄탄한 중산층 형성에 맞춰야 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윤 전 총장은 당직자와 보좌진을 만나 “많이 가르쳐달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입당 축하식도 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에게 “치열하고 공정한, 흥미로운 경선을 진행해 정권교체에 꼭 일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오전엔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입당) 형식에서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지도부와 상의 없이 입당을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을 밝혔다.

이 대표가 이날 입당한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에 대해 “큰 성과이자 기회”라며 “당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많은 제안을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치켜세운 것과도 분위기가 달랐다. 장 이사장은 30대 중반 김대중 정부의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으며 DJ의 ‘정치적 적자’로 불린다. 장 이사장은 “정권교체라고 하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국민의힘에 들어왔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권은 입당을 계기로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윤 전 총장의 ‘가난한 사람은 일정한 품질 기준 이하 식품이라도 그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어안이 벙벙하다”(이재명 경기지사), “가난한 사람이 아무거나 먹어도 되는 국가는 이 세상에 없다”(김영배 최고위원), “불량 대선 후보”(강병원 최고위원)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윤 전 총장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지 않는다면 단속하고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검찰권의 과도한 남용은 아니냐는 생각”이라며 “어이가 없다”고 일축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