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 그룹 모태 '구인회상점' 이름 지켰다…法, "아무나 쓸 수 없어"

입력 2021-08-02 17:58
수정 2021-08-03 00:48
대기업 창업주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고인의 이름이 사용된 경우 상표 등록을 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여지가 있으며,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특허법원에 따르면 법원은 일반인 명모씨가 ‘구인회상점’ 상표 등록 출원 거절에 불복해 지난달 6일 낸 항소심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하고 특허심판원의 상표 등록 거절 심결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특허심판원은 특허 관련 분쟁에서 사실상 1심 법원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판결은 지난달 30일까지였던 대법원 상고 기간이 지나 확정됐다. 소송에는 LG가 피고(특허청장)의 보조참가인으로 참가했다.

구인회상점은 LG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포목점 이름이다. 1931년부터 9년여간 사용됐다. 이후 구 창업주는 ‘조선흥업사’ ‘락희화학공업사’ ‘금성사’ 등의 상표를 사용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특허법원은 LG그룹의 모태가 되는 구인회상점 이름을 LG와 관계없는 일반인이 상표로 등록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일한 명칭에 한자어도 같기 때문에 이를 사용할 경우 LG의 고인에 대한 추모를 방해할 수 있다”며 “저명한 고인의 명성을 떨어뜨려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현재까지 구인회상점은 LG의 전신으로서 언론 등에서 언급돼왔고, 계열회사들도 홈페이지에서 창업주 구인회와 ‘구인회상점’을 알려왔다”고 덧붙였다.

LG와 관계없는 사람의 구인회상점 상표 등록이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상 국내 대기업 집단에서는 창업주의 이름 등을 활용해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사회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LG에서도 구인회 회장의 호를 딴 재단과 학교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명씨가 해당 상표를 등록하면 LG그룹이 이후 해당 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표 출원은 사회적 타당성이 현저히 결여된다”고 덧붙였다.

구인회상점의 상표 등록을 신청한 명씨는 LG그룹 외에도 다른 대기업들의 모태가 됐거나, 창업주와 연관이 있는 상당수 상점의 명칭에 대해서도 등록을 마친 상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처음 근무한 쌀가게 ‘복흥상회’를 비롯해 대림그룹의 모태인 ‘부림상회’ 등에 대한 상표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이 이름들을 실제로 사용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