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경기에서 출발 직후 물안경이 벗겨지는 해프닝이 발생했지만 이를 개의치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올림픽 정신을 보여준 한 선수가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400m 혼성 혼계영 계주 결승에서 미국 대표팀의 두 번째 주자로 나선 리디아 자코비의 물안경이 출발 직후 벗겨졌다. 이로 인해 온전히 경기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자코비는 침착하게 수영하며 1분5초의 기록을 냈다.
해당 종목에서 우승을 노리던 미국 대표팀은 저조한 성적을 기록, 3분40초에 골인하며 5위에 그쳤다. 1위는 영국, 2위는 중국, 3위는 호주가 차지하며 메달을 목에 걸었다.
목표하던 금메달을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은 그를 감쌌다. 미국 혼성 혼계영 대표팀 선수 라이언 머피는 "자코비는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며 "물안경을 입에 문 상태에서 역영을 펼친 자코비가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자코비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수영을 시작한 뒤 경기 중 물안경이 벗겨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수영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유명 칼럼니스트 팻 포드도 자코비를 두둔했다. 포드는 "물안경이 벗겨지는 건 저연령 선수들의 경기에서나 발생하는 실수"라고 지적하면서도 "자코비는 최선을 다했고 종합적인 결과를 볼 때 그의 물안경이 벗겨지지 않았더라도 미국이 3위 안에 입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미국 네티즌도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자코비는 물안경을 썼을 때와 거의 비슷한 속도를 기록했다", "다음 올림픽에는 벗겨지지 않을 만한 새로운 고글을 사주겠다", "물안경이 벗겨진 상태에서도 집중하는 그의 모습이 큰 감동을 줬다"며 그를 감쌌다.
앞서 자코비는 도쿄올림픽 여자 평영 1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4년 출생으로 만 17세의 나이에 미국 알레스카 출신 중 처음으로 올림픽 수영종목에 출전하며 화제를 모았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